사란글

가을

하이안자 2017. 9. 8. 14:48



나의핀에서






가을



어느덧

창 가에는

가을이 다가온다


성숙한 빛으로

무거운 진중함으로

소슬한 엄정함으로

문을 두드린다


내 방안에서

철을 모르고 

마냥 지내다가


발끝에 어리는 

약간의 냉기로

일어서서 바라본다


뜨거운 열기가

조금 식었을 때

이미 알아보았다


등을 밀고가는

해와 달의 성화를

알지만 어쩌랴


다만 이 계절처럼

조용히 기다릴 뿐


서리 내려

초목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면


또한 이

침묵 속에

빠져들 뿐


열매가 열리고

익어가는 것은

내 소관이 아니리니




        -화 심  하이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