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란글
낙엽의 계절
하이안자
2017. 10. 2. 04:25
낙엽의 계절
가을이다
잎들이 떨어진다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진다
허공에
날리다가
물 위에선
흘러가고
땅에서는
뒹굴다
고요히
묻히리라
문종이 속에
보존되던 잎은
추억 속에
여전하다
혹
책갈피에
끼웠던 단풍닢
은행닢도
어디선가
건재하리라
낙엽은
색색으로
한껏 빛나다가
고운
기억을 남기고
떠나간다
한 계절 내내
세상을 덮고
사라지지만
자연의 기록은
우리 기억 속에서
흙속에서
바람 속에서
엄정한
역사가 되고
법칙이 된다
그것은 아무래도
연민과 회한 혹은
슬픔은 결코 아니다
-화 심 하이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