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란글

태양이 빛날 때

하이안자 2017. 10. 6. 14:33



  2015년 11월 22일





태양이 빛날 때




태양이

빛날 때


어둠 속을

가는 우리도


반짝 깨었으면

좋겠습니다


땅 내음과

하늘빛이

어우러져서


내부에 스미고

퍼져들어서


엄연한 진실로써

이 장막을 걷고


일깨워주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새벽이 와도

여전히 밤길가는

나그네들에게


배움의 문이

활짝 열려서

새로웠으면 합니다


등불켜고

백년을 독경해도


한글자의 통로마저

뚫지 못하는 슬픔은

진정 암흑입니다


그 길은 여전히

백년의 여로입니다


내 온몸이

스스로에 가두이어


천지의 진채를

받아들이지 못하니


천년의 지혜도

소용없을 터입니다


문자의 표면을

닦고 문질러도


아무런 응답이

일어나지 않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자획에 향이

어리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물에 넣고

땅에 묻고

하늘에 던져


고루 고루

이 세상이

배어들어야함을

조금 깨달았지만


어느 새

길 끝에서서

당황할 뿐입니다


그래도 남은 여정

조금은 있으니


문자에 코를 달고

피부를 입혀

놓아두고는


스스로

꿈틀이길

기다립니다




       -화 심  하이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