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란글
태양이 빛날 때
하이안자
2017. 10. 6. 14:33
Manuel Pascual @tenerifeendesa
태양이 빛날 때
태양이
빛날 때
어둠 속을
가는 우리도
반짝 깨었으면
좋겠습니다
땅 내음과
하늘빛이
어우러져서
내부에 스미고
퍼져들어서
엄연한 진실로써
이 장막을 걷고
일깨워주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새벽이 와도
여전히 밤길가는
나그네들에게
배움의 문이
활짝 열려서
새로웠으면 합니다
등불켜고
백년을 독경해도
한글자의 통로마저
뚫지 못하는 슬픔은
진정 암흑입니다
그 길은 여전히
백년의 여로입니다
내 온몸이
스스로에 가두이어
천지의 진채를
받아들이지 못하니
천년의 지혜도
소용없을 터입니다
문자의 표면을
닦고 문질러도
아무런 응답이
일어나지 않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자획에 향이
어리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물에 넣고
땅에 묻고
하늘에 던져
고루 고루
이 세상이
배어들어야함을
조금 깨달았지만
어느 새
길 끝에서서
당황할 뿐입니다
그래도 남은 여정
조금은 있으니
문자에 코를 달고
피부를 입혀
놓아두고는
스스로
꿈틀이길
기다립니다
-화 심 하이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