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란글

초저녁

하이안자 2017. 12. 30. 05:05


 12월 23일




초저녁



초저녁이면

천지사방을

방황하던 새들도


깃들고자

날아든다


덧문을 열어두고

노크를 기다리나니


저 반듯한

방 안에는


어느새

환하게

불을

밝혔으리라


달빛으로 가리운

창은 열 수 없지만


아마도 성스러운 일

분명 있으리로다


어찌

뜰 가에


이 꽃만

시시각각 

변하랴


하루의 변화

잠시의 변전에도


진심은 오직

영원하고


바람 속을

짚어 헤어

나아가며


길을 열어

이곳에

이르고자 하노니

 

북극성 같은

삶의 절대성으로


눈 깜박이듯

반짝이며 빛나는


성좌의 엄연함 아래

우리 이렇게 있음을

잊지 않으리라




        -화 심  하이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