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란글
생명의 은총
하이안자
2018. 2. 26. 00:56
생명의 은총
어느덧
삶의 영채는
어둑함 속에 들고
발랄한 약동은
미풍의 기류에
속절없이 묻힌다
벌써
아니 이제는
석양이다
눈부신
광명이 아니라도
이토록 찬란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생명의
은혜여
꼭
화초처럼 아름답고
얼음처럼 늠름하고
산처럼 위위하고
물처럼 심원하기에는
비록 많이 부족해도
이
황량하고
적막한 공간에서
엄연할 수 있으리니
그만한
실실함이라면
이 한 순간의
낙조의 빛이
아마도 반드시
영원을 창조하리라
생사와 영욕
떳떳함과 누추함을
넘어서서 스스로의
질체로 말하고
온몸으로 이루리니
살아온
여운의 시간
짧은들 어떠하리
다만
손발을 묶은
질긴 소가죽 끈
벗을 수 있다면
그리고 나서도
아직 희미한
여광이라도
남아 있다면
오호라
분명
백만년에
필적하리니
-화 심 하이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