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란글

별과 달

하이안자 2018. 5. 29. 08:35



Let the waters settle and you will see the moon and

the stars mirrored in your own being. Rumi






별과 달



달 밝고

별이 빛나도


내 삶을

유혹하지 못했다


찬란함을

함께 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앞에서

다가오는

느티나무는


어느새

녹음을 머금고


바람에

춤추며 웅장하게

높히 서 있어도


다만 내

눈길을 끌

뿐이었다


여러 해 전

유서를 써서

봉인해 두었듯이


이제는

생사를 넘어

자유로울 때다


살아감이

이미 죽음이라면


죽음도 곧

살아 있음이 아닌가


오늘 아침엔

문득 이 천둥같은

깨달음이 일어났다


존재의 모든 시간

지금과 미래를 한번에

퉁치고 나니


환하게 열리는

새로운 행로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 길에서는

걸을 때 무릅을 조금

약간 숙이기로 했다


한 순간이라도

근력을 느끼며

땅을 딛고


최소한의 

의욕으로


막강함으로 

나아가려 함이다




        -하이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