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란글

넉넉한 나무 되리라

하이안자 2019. 7. 3. 13:58






넉넉한 나무 되리라




나무

넉넉한 나무

되리라


등치도

세월도

손과 발도

여유 있는

모습 되리라


잔가지

실하게 내고


푸른잎

가득 피우고


똑바로 튼튼히

땅에 서리라


손 끝으로

찬란한 빛을 받고


몸으로

서늘한 밤을 안고


팔 다리로

바람을 맞으리라


쉴 새 없이

지하수를 길어 올려

생명의 길을 내고


든든한 살과

피부로 이 세상을

오래 오래 지키리라


새들의 서식처 되고

모두의 휴식처 되고

길손의 이정표 되고


지친자에게는

격려의 깃발 되리라


속은 인이요

밖은 의리니


도덕이

따로 없다



        -하이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