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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국력의 방향을 잡고 통제하는 정신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로버트 프로스트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입니다. 그는 사회의 진부함과 위선에 날카로운 현실 감각을 들이댄 인물입니다. 인간의 비극에 대한 통찰은 그로 하여금 자기 기만과 값싼 위안에 결연히 맞서도록 만들었습니다. 프로스트는 "나는 밤을 아는 자다"라고 썼습니다. 한낮은 물론 한밤중도 알았고, 인간 정신의 승리는 물론 시련도 이해했던 이 시인의 강인한 힘 덕분에 동시대인들은 절망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인간 정신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힘을 힘 자체로부터 구원하는 수단이 시라고 생각했던 로버트 프로스트가 시와 힘을 연계시킨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힘이 인간을 오만으로 이끌 때, 시는 인간의 한계를 일깨워 줍니다. 힘이 인간의 시야를 좁게 할 때, 시는 인간 존재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상기시킵니다. 힘이 부패할 때, 시는 정화합니다. 예술은 우리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인간의 근본 진리를 확립해 줍니다.
개인적 현실 인식에 아무리 충실한 예술가라 하더라도 사회의 참견과 간섭에 맞서 지성과 감수성을 수호하는 최후의 투사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위대한 예술가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프로스트가 말했듯이, 예술가는 세상과 사랑 싸움을 하는 사람입니다. 예술가는 현실 인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대의 조류를 거슬러야만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기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로버트 프로스트가 자기 시대에 많은 영예를 안았다 해도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프로스트의 어두운 진실을 외면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한 예술가의 충성된 마음이 이 나라를 정신적으로 얼마나 강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때로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이 우리나라를 누구보다도 통렬하게 비판한 이유는 모든 진실한 예술가의 마음 속에 있는 정의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 덕분에 우리나라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와 인간 문명의 미래를 위해 예술가의 존재를 철저히 인정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예술이 문화의 뿌리를 기름지게 하는 것이라면 사회는 예술가가 자신의 비전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놓아 두어야 합니다. 예술은 일종의 선동이 아니라 진리의 한 형태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맥클리시 씨가 시인들을 가리켜 말했듯이 직업으로 삼기에는 이보다 덜 멋있는 것이 없습니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예술은 무기가 아니며 논쟁과 이데올로기의 영역에 속하지도 않습니다. 예술가는 영혼의 엔지니어가 아닙니다. 다른 곳에서는 아마 다를 수도 있겠지만, 민주 사회에 사는 작가와 작곡가, 화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진리에 대한 비전에 충실한 예술가가 자기 나라에 가장 충실한 예술가입니다. 그리고 예술의 사명을 업신여기는 나라는 로버트 프로스트가 읊었던 삯일꾼의 운명, 즉 "자부심을 가지고 회상할 아무것도 없고 희망을 가지고 내다볼 아무것도 없는" 그런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
<주>
미국은 그 예술과 학문의 성향이 비역사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케네디의 연설문은
미국사회의 지성과 역량을 결집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문학과 예술 도덕 정
의 등을 논하고 있다 현실의 가치차원에서 균형된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지도자들의 뛰어난 덕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자본
의 발달과 자유주의경제의 여파로 국제적으로는 무한경쟁의시대에 접어들면서 사
람들의 의식과 양식이 크게 변하고 있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평상의 삶이 오히려위협받고 있는것이다 오히려 냉전시대 미국대통령들의 연설문
이 요즘의 강연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사람은 진정 어려움에 직면하였을 때에 이상
을 생각하고 힘과 여유를 가졌을 때는 오히려 안일함과 기득의 것들을 지키려는
소심함이 작용하는 것일 것이다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었을 때부터 이상은
다소 기울고 있지않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나아가는 성향이 그와 다르지 않
다 물론 전후에 미국의 점령정책은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배려가 편파적이었던 것
은 사실이다 잘 알려진 일본이 과도하게 높이평가되었고 한국은 특히 낮게 평가되
었었으나 그것이 미국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 남의 평가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 진실이
아닌 것에 휘말려 자아를 지키는 노력이 거의상실되었기 때문이며 부당하게도 자
부심이나 자존의식도 크게 쇠퇴하였었다 한국은 약하고 가난했었지만 자존의 의
식을 가질수있는 역사적 국가이다 지금아직도 그점을 놓지고 있다 자신의 역사속
에서 꽃피우지 못한다면 사상도 문화도 국력도 사상누각일 것이다
-하이안자 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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