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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顔勤禮碑(唐, 顔眞卿)


당나라는 서예의 전성기이며, 이런 전성기에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바로 안진경이다.  그의 출현으로 근 400년 동안 줄곧 ‘이왕’이 서단을 농단한 국면을 타파하고 질탕하고 심후한 새로운 서풍을 열어 이후 1,000여년의 서예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  안진경은 왕희지와 더불어 서예사에서 시대를 긋는 의의를 갖추었다.

안진경(顔眞卿, 709-785)의 자는 청신(淸臣)이고 낭야(瑯琊, 지금의 山東省 臨沂) 사람이다.  그는 대대로 훈고학과 서예를 종사했던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나 개원(開元) 22년(734)에 진사가 되었다.  천보(天寶) 2년(743)에 예천위(醴泉尉)를 그만두고 낙양으로 가서 장욱을 스승으로 모셨다.  안사의 난 때 안진경은 평원태수(平原太守)로 있으면서 관병을 이끌고 적을 물리친 공로가 있어 조정에 들어와 형부상서(刑部尙書), 이부시랑가은청광록대부(吏部侍郞加銀靑光祿大夫), 태자태사(太子太師)를 역임하고 노군개국공(魯郡開國公)에 봉해졌기 때문에 그를 ‘안평원(顔平原)’ 또는 ‘안노공(顔魯公)’이라 불렀다.  건중(建中) 4년(783) 이희열(李希烈)이 반란을 일으키자 재상인 노기(盧杞)가 안진경을 파견하여 그를 권유토록 했으나 이희열은 오히려 안진경을 잡아두고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회유함에 안진경은 충직으로 굴하지 않았다.  정원원년(貞元元年, 785) 8월 13일 이희열은 안진경을 목매달아 죽였다.  안진경은 평생 서예에 뜻을 두어 그가 쓴 비가 200여종이나 되었다.  진, 한시대의 비에 뜻을 다하여 필세는 진(晉)나라를 넘었으며, 밖으로는 법도가 자연스럽고 안으로는 심령을 나타내 당나라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다.

<안근례비>의 전체 이름은 <당고비서성저작랑기주도독부장사상호군안군신도비(唐故秘書省著作郞夔州都督府長史上護軍顔君神道碑)>이다.  이는 안진경이 그의 증조부인 안근례(顔勤禮)를 위해 쓴 신도비이다.  사면에 글씨를 새겼는데 좌측은 북송시대에 이미 마멸되어 비를 세운 연월이 없다.  구양수는 『집고록(集古錄)』에서 대력(大曆) 14년(779)에 세웠다고 했다.  이 비는 안진경 만년 득의의 작품이다.  이 비는 송나라 때 땅속에 매몰되었다가 1922년 10월 장안의 옛날 번고당(蕃庫堂)에서 출토되었기 때문에 글씨의 보존이 완전하다.  이를 자세히 감상하면 한묵의 기식이 있는 것 같아 임모하기에 가장 좋으며 현재 이 비는 서안의 비림에 보존되어 있다.

안진경이 평생 동안 쓴 비의 면목은 서로 다른데 이 비는 그의 글씨에서 가장 맑고 웅장하면서 굳세며 넓게 펼친 것으로 습기도 가장 적다.  안진경의 글씨는 근력이 풍요로운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필력이 웅강하고 둥글면서 혼후함을 가리키는 것이니 이러한 점은 이 비에서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제안돈좌(提按頓挫)와 붓을 댐이 분명하고 굳세면서 아름답고 향배를 아울러 사용하여 험준함은 마치 산악과 같고 날카로움은 칼과 창 같으며 길고 짧은 변화는 영활하면서 굳세고 수려함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진정 안진경 글씨의 풍격을 이해하려면 그의 습성과 비를 쓰는 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는 돌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필묵과 돌의 관계를 어떠한 서예가보다 잘 알았던 전문가이다.  이외에 그는 비를 쓸 때 특수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걸어서천하방생지비액표(乞御書天下放生池碑額表)>에서 “이전 글씨의 점과 획이 조금 가늘어 오래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신은 지금 삼가 돌에 의거해 큰 글씨를 표에 따라 진행하며 거의 끊임없는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연미하고 수려한 서체는 서간(書簡)에 비교적 합당하지만 비에는 반드시 협조될 수 없다.  그러므로 안진경은 첫 번째로 돌의 크기에 따라 큰 글씨를 썼으니, 그 형세는 반드시 길고 짧은 필획을 상응하게 단축시키거나 늘려서 칸이 차도록 했다.  두 번째로 필획을 굵게 쓰고 붓털을 깊게 들였다.  세 번째로 행서에 전서와 예서의 필의를 섞어 성공한 경험을 비를 쓰는 해서에 운용했다.  이로부터 독특한 용필방법이 나타나 서풍은 특별히 너그럽고 웅장하면서 큰 기운이 물씬거리며 졸한 가운데 공교함을 나타내고 질박한 가운데 아름다움이 보인다.

출처 : 한국서학연구소
글쓴이 : 한국서학연구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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