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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생각해 본 거울에 대한 상징
-유교와 도교의 신비주의
J. Ching, "The Mirror Symbol Revisited : Confucian & Taoist Mysticism"
in "Mysticism & Religious Traditions", ( Katz,S.T.ed. Oxford Univ. Press, 1983)
이길용
줄리아 칭교수는 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본인은 다년간 카톨릭 수녀로서 활동하다 후에 양명학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왕성한 연구활동을 진행 중이다. 그녀의 주 관심은 유교와 기독교의 비교 연구이다. 중국인으로 태어나 카톨릭 수도자의 길을 걸었던 그녀로서는 운명적인 학문대상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유교를 사회윤리적인 종교에서 기독교와도 같은 예언자적 전통 하에 있음을 규명하려는 그녀의 노력은 계속되는 그녀의 단행본 연구서를 통해서도 쉽게 파악해낼 수 있다. 국내에는 그녀의 연구서 중, "유교와 기독교" 그리고 한스 큉과 더불어 나눈 "기독교와 중국의 종교" 등이 번역되어 있다. 이 짧은 논문에서는 그녀는 지속적으로 유교의 신비주의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1. 들어가는 말칭교수는 종교전통에서 신비주의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연구범위는 신비체험 그 자체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논자의 신비체험에 대한 연구는 경험에 대한 해석을 이해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실상 신비체험이라는 것 자체가 본질상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기에 논자의 이러한 한계설정은 타당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칭교수는 신비체험을 이해하는 방법중의 하나로 심리분석학자들의 연구를 꼽고 있다. 물론 이들의 환원주의적 태도는 주의해야 겠지만 설명하기 곤란한 부분들을 해석하려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들(심리분석학자)의 연구를 통해 얻어낼 것이 있다고 논자는 주장한다. 이같은 논자의 태도는 논문 첫머리에 심리분석학자인 라깡(J.Lacan)의 거울에 대한 설명을 인용하는데서도 잘 나타난다. 라깡은 거울의 이미지를 "원초적인 나르시즘 (primodial narcis-sism)"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그는 '자아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거울의 심리적인 이미지를 분석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라칸의 분석은 유교와 도교의 신비주의를 해석하는 칭교수의 숨겨진 전제를 형성하고 있다.
칭교수는 신비주의를 이해함에 있어서 독일의 비교 종교학자인 하일러(F. Heiler)의 "Gebet(기도)"라는 연구서의 유용성을 높이 사고 있다. 하일러는 세계의 여러 종교전통들을 크게 두 부류로 정리하고 있다. 이때 사용하는 범주가 '예언자 전통'과 '신비주의적 전통'이다. '예언자 전통'은 그리스도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으로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대화에 기초하고 있는 종교전통들이다. 이에 반해 '신비주의적 전통'은 힌두교, 불교, 도교 등으로 대표되는데 일상으로 부터 물러나 더 높은 차원의 의식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종교전통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하일러는 儒敎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칭교수는 儒敎를 '신비주의적 전통' 보다는 '예언자 전통' 속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둘사이의 특징은 '예언자 전통'이 '공동체와 도덕적 행위'를 강조하는데 반해, '신비주의적 전통' 들은 모든 심리적 행위들의 단순화와 통일화를 꾀하며 '예언자 전통' 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2. 동.서양의 신비주의들
칭교수는 동.서라는 이름이 서구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온 자의적 개념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 동.서의 구별은 하일러의 '예언자 전통(서양)'과 '신비주의적 전통(동양)'의 구별과 일치하고 있다.
이 두 전통의 신비주의 전통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예언자 전통' 속에서의 신비주의는 계시된 말씀으로서 자신들의 경전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신비주의적 전통'에서는 경전이나 고전 들은 참고서적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경전에 대한 비중이 '예언자 전통' 만큼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들 전통 내에서 경전이 차지하는 비중이란 수련과 깨달음을 위한 지침서이며 안내서적인 것에 국한된다.
칭교수는 동.서양의 신비주의 중 특히 동양의 신비주의, 그 중에서도 유교와 도교의 신비주의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 도교의 경우는 철학적인 경향이 강한 도가계열과 민중신앙 중심의 교단 도교가 있는데, 칭교수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양자 모두에게서 신비주의적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유교는 윤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종교와 유사한 점이 있다. 유교는 도덕적 자아에 대한 지식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또한 유교는 지성과 문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도교는 유교의 이러한 지성주의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 양 종교전통은 명상을 통한 깨달음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신비주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이때 거울의 상징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 유교와 도교
중국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학(學: chia)'과 '교(敎: chiao)'의 구별은 하나의 전제조건이 된다. 먼저 '학'이라 함은 사상이나 철학의 학파라는 의미가 강하고, '교'라고 하는 것은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다. 유교는 중국전통에서 주로 '학'의 의미로 이해 되어졌다. 그러나 논자는 공.맹으로 대표되는 유교의 도덕철학은 상제(上帝)에 대한 신앙에 기초하고 있는 종교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맹자(孟子)를 비롯하여 유가전통 내의 많은 사상가들은 신비주의적 시각이 없으면 이해하기 곤란한 점이 많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칭교수의 이같은 태도는 유교를 '합리주의적 윤리종교'로만 이해하던 기존의 시각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주목받을 만한 것이다.
유교는 신성(神性)과 초월 속에서 인간윤리의 근거를 찾고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도 유교의 신비주의적 요소는 간과될 수 없는 것이다. 칭교수는 {論語} [陽貨]편에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天何言哉)"라는 공자(孔子)의 외침과 맹자의 도덕의 근거로서의 마음(心)이라는 것도 이러한 신비주의적 시각 아래에서 이해되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맹자의 경우는 그리스도교 전통 내의 신비가인 닛사의 그레고리와 비교하며 맹자의 신비주의적 요소를 부각시키고 있다. 계속하여 칭교수는 四書 중의 하나인 {中庸}의 미발(未發)한 평정한 마음(心)의 상태도 신비주의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칭교수는 유교의 신비주의의 성격을 "범신론적(汎神論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신유학의 체계적인 형이상학 역시 불.도교의 종교적 자극에 의해 내재되었던 유교의 신비주의적 요소가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도교의 경우는 유교 보다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그것이 철학적인 도가이든 민중종교로서의 도교이든 도교는 그 성격상 강한 신비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강조점이 이동하여 삶과 죽음을 그대로 수용하는 도가의 태도와는 달리 후기의 도교는 [연금술(鍊金術)]과 [장생술(長生術)] 등을 통한 "불사(不死)"의 획득에 치중하고 있다.
4. 중국 신비주의 내에서의 거울에 대한 상징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거울을 신의 형상과 모습을 받아들이는 영혼으로서 이해하고 있다(닛사의 그레고리의 경우). 이같은 그리스도교의 거울에 대한 상징은 신플라톤적인 직관의 종교화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신비주의 내에서의 거울의 상징은 동양, 특히 중국종교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거울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처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세계를 표상하는 것으로서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존재론적인 이원론이 끼어들 수 없다. 다만 도교의 경우에는 강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本性'에 있고, 유교의 경우에는 '인간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순자(荀子),장자(莊子), 회남자(淮南子), 선불교(禪佛敎), 그리고 신유학(新儒學)으로까지 이어지며 왕양명(王陽明)에서는 좀 더 뚜렷이 나타난다. 특히 양명은 자신의 깊은 자아 안에서 천지만물을 발견한다는 명상법을 말함으로서 도가의 깊은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아뭏든 중국전통 내에서 거울은 자아의 세계를 표상한다. 그리고 수도자들은 거울을 닦음으로서 거울 이상의 것을 발견하며, 거울 그 자체가 표상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5. 맺음말서구종교에서의 거울은 원형(原型)인 하느님을 반영하는 주.객의 구별이 뚜렷하다. 그러나 동양종교에서는 그와 같은 관계성 보다는 오히려 거울의 투명함과 성실함의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다. 즉 대상물에 초연하여 그대로만을 비추어주는 거울의 성실함을 통하여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자하는 것이 동양종교의 특징인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동양신비주의에서의 거울은 수양론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수양, 즉 수련이란 원초적인 자아의 청명함에 대한 재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유교는 감정의 적절한 조화를 강조하고, 도교는 정화(淨化)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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