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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권고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권고가 철회될 것이라고도 한다 그 시를 한번 살펴본다
담쟁이 - 도종환(1954~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사물을 빌어 의지를 표현한 시다. 시인의 전교조운동 당시의 심정을 노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담쟁이의 강인한 생명력을 주목하고 굳은 의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
벽이라는 용어는 당연히 자신의 한계나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아울러 개혁운동의
리더를 자부하고자 하는 의지도 구태여 숨기지 않았다. '손을 잡고' '이끌고' 등의
용어가 나타내는 것과 같다. 그의 절망과 벽은 과연 보통 사람들 보다 강렬한 의식
으로 간직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그같은 의지의 시가 나온 것은 당연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벽은 어느 한 곳에 세워진 것은 아니다. 정치권력만이 벽이 아니
며 모든 주체들이 다 벽이다. 우리가 어느날 모두 벽이되고 절망이 된다면 아마도 희
망은 없을 것이다. 이미 누가 이끌고 가며 외치고 잡아당기는 물리적 변화의 시기는
지나갔다. 이제 내면화를 통해서 누구나가 스스로 변혁해야하는 시기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이제 교과서에 남아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새로운시대를 준비할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부터 스스로 쌓아올린 벽을 허물어야 할것이다. 누구 탓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이미 그런 시기가 아니다. 또한 웅변이나 말로 이루어지던 초창기는
이미 지났다. 이젠 맑은생활인 맑은작가 맑은 연구자 맑은 정치인이 맑은 경제인 그
리고 맑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순수한 마음으로 여는 시대이어야 한다.
-haian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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