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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note/한글론

디지털시대의 한글

하이안자 2015. 2. 28. 13:15





디지털 시대의 한글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문학박사 고 창 수(Ko Chang Soo)

 


언어가 인간임의 필요조건이라면, 문자는 인간됨의 충분조건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언어생활을 영위할 수 있지만 모든 인간이 문자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발전시킨 모든 문명은 문자를 근간으로 성장해 왔다. 문자는 생산된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보전하기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인간은 비효율적인 문자들을 자연스럽게 도태시키면서 다양한 문자들을 발전시켜 왔다. 현재 대부분의 문명사회에서 사용하는 문자들은 대개 수메르나 이집트 문자와 같은 고대 문자로부터 수많은 사람들과 여러 문명을 거치면서 발전한 알파벳 문자이다.

알파벳 문자는 여러 세기에 걸친 인류의 지혜가 모아진 결정체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와 민족들이 알파벳 문자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에 비해 한글(Han-Guel, The Great Script)1443년 동양의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 세종대왕이라는 한 개인의 과학적 연구 결과로 탄생하였을 뿐 아니라, 20세기 초반까지 한국의 문맹률을 거의 0%로 만들 만큼 쉬운 문자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경이로운 문자이다. 한글은 과거의 문자들을 답습한 결과가 아니며 창제 당시 동양의 주요한 언어 이론인 성운학을 혁신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한글 창제는 세계 언어학사의 한 획을 긋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들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문자 창제의 당사자인 세종이 품고 있던 근대적 합리주의 정신이다.

중국 중심의 중세적 세계관이 지배한 시대에서 당시 동양 문화권의 공용 문자인 한자에 대해 한국어를 위한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야 할 당위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에 반하는 일이었다. 이는 어쩌면 독일어 성경을 처음 번역한 마틴 루터의 개혁 정신과 상통한다고도 하겠다. 세종은 당시의 가장 뛰어난 언어학자로, 중국의 한자음을 기술하는 성운학 이론이 근본적으로 한자음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절 단위로 분절된 한자음을 낱개의 음소 단위로 나누는 음소 문자를 발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음소 문자는 배우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형태가 되어야 했다.

세종은 당대의 지식인들과는 달리, 백성들이 문자 생활을 쉽게 영위할 때 통치가 더욱 더 쉬워지고 백성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세종의 개혁적 사상은 창제 당시 한글을 훈민정음(Right Pronounce For People)’이라고 명명한 데서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 기술된 한글 창제를 반대한 신하들에 대한 세종의 논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학자로서 세종이 보여준 합리주의는, 그를 중세시대를 산 최초의 근대인으로 기억하게 한다.

한글은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에 따라 다섯 개의 기본 자음을 각 자음이 발음되는 발성기관의 형태를 본 따 만든 것이며, 여기에 가획과 병서의 원리에 따라 필요한 자음을 더하여 문자 체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모음 역시 3개의 기본자를 합성하여 필요한 모음을 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20세기 후반 한글은 음소 문자보다 한 단계 진전된 개념이라는 의미로 자질 문자라는 이름을 더 얻게 된다. 음소라는 존재론적인 단위를 자질이라는 추상적이며 변별적인 단위로 분석하는 방법은 서구의 언어학사에서도 20세기 들어서야 비로소 인지하게 된 것으로, 15세기에 이미 이를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문자 발명에 응용한 세종의 독창성은 시대를 초월한 과학 정신의 승리라고 할 만하다.

한글은 모두 자음 14자와 모음 10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글자들을 더 해체해 보면 자음 5(k), (n), (m), (s), (ng)’과 모음 3(ɐ), (ɨ), (i)'의 기본자를 중심으로 부가되는 음성 자질에 따라 새로운 글자를 형성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 ‘에 유기성을 더하여 (kh)’을 만들거나, ‘를 오른쪽이나 왼쪽에 더하여 (a)’(ə)’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처럼 두 글자 사이의 음성적 유사성이 시각화될 수 있기 때문에, 한글은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이러한 방법을 처음 고안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음성학적 지식 외에도 낱개의 소리를 추상적인 자질 복합체로 인지하는 혁신적인 디지털 사고가 필요하다.

한글의 구성이 기본자에 변별 자질을 더하는 식으로 체계화되었기 때문에, 한국어에 필요한 모든 언어음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중국어나 다른 언어에 존재하는 어떠한 음이라도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자 조직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다. 즉 한자음 표기를 위하여 비음성의 순경음이 필요하면 바로 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이러한 확장력은 한글이 자질 문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로 인해 한글은 단 8개의 기본 글자를 이용하여 현재 컴퓨터의 한글 처리에 통용되는 11,172(유니코드 2.0)의 서로 다른 음절을 생성할 수 있다. 이는 한글이 몇 개의 기본 음소들을 한 음절 단위로 결합하여 사용하는 표기법을 따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글은 동양의 어떤 문자보다도 기계적 처리에 효율적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영문 타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한글 타자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음절을 모아 적는 한글 표기의 특성 상 영어 타자기처럼 쉽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한글의 음절 모아쓰기를 자동적으로 대신해 줄 수 있게 되면서, 기계식 한글 타자기의 불편함은 저절로 해소될 수 있었다. 다음에 을 쳤을 때 이 이라는 음절을 구성할지 다음 음절의 첫소리가 되어 가위와 같은 단어의 두 번째 음절을 구성할지를 컴퓨터가 논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한글 창제 당시의 표기법에서, 모음으로 시작하는 음절을 구성할 때는 반드시 음가가 없는 으로 시작하도록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한글은 알파벳 문자와 달리 자음과 모음의 숫자가 비슷하다. 따라서 자판을 구성할 때 자음을 위하여 14개의 키를 모음을 위하여 12개의 키를 각각 좌편과 우측에 대칭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 이러한 배열 방식을 통해 왼손으로는 자음을 치고 오른손으로는 모음을 치게 되기 때문에, 자음과 모음이 연속되어 있는 한국어 음절 구성의 특성과 관련하여 인지적으로나 인체공학적으로 자판을 쉽게 다룰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글은 배우기가 쉬울 뿐 아니라, 컴퓨터 자판을 칠 때에도 별다른 훈련을 거치지 않고 쉽게 한글 문서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을 촉진함으로써, 한국을 정보통신 기술 강국 중 하나로 도약하게 만든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은 일반 컴퓨터 자판보다 훨씬 적은 수의 자판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글은 가획이나 합성 원리를 적용하지 않은 기본 글자가 겨우 8개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 알파벳 문자와 견주어서도 무척 편하고 심리적인 접근성도 용이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휴대폰 시장은 급속하게 커질 수 있었는데, 이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와 그 파생 상품들을 열광적으로 애호한다는 사실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휴대폰 생산 업체들은 휴대폰에서 문자를 입력하는 방법에 한글 창제의 기본 원리인 가획 방식이나 천지인 방식을 적용하였는데, 현재 국제 특허로 보호받고 있는 자판 입력 방식들은 국외 휴대폰에 대한 하나의 진입 장벽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글의 유용성과 보급성은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글이 창제된 15세기 이후 오랜 동안 중세적 세계관에 갇혀 있던 지배층의 무관심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국자로서의 지위와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과 21세기의 디지털 문명과 함께 그 효율성과 편리성이 두드러지게 된 점을 생각해 보면, 한글의 독창적 원리를 창안한 세종의 과학 정신과 근대정신은 확실히 시대를 초월한 기술과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지식 정보 사회의 발전은 결국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과 더 많은 정보와 창안적 생각들을 콘텐츠로 담아내는 일들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을 넘어 효율적인 언어정보처리 기술의 발전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언어정보처리는 한마디로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과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지능적인 작업들을 컴퓨터가 쉽게 할 수 있도록 인간의 언어 지식을 컴퓨터 시스템에 구현하는 일이다.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넘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해는?”과 같은 지식 검색이나 문서 자동 요약이나 분류와 같은 일들도 컴퓨터가 척척 알아서 해줄 뿐 아니라, 모든 언어들을 자동 번역할 수 있는 언어 기술들이 이미 선보이고 있거나 좀 더 지능적으로 개선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와 같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여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디지털 문명 시대에서 한글이 앞으로 차지할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글은 그 창제 원리에서 이미 디지털 이론인 자질개념을 활용하고 있으므로, 모바일 기기를 선호하는 디지털 유목민의 정서나 행동 양식과 잘 어울리는 문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글은 음소 문자이면서 음절 문자의 특징을 아울러 가지기 때문에, 언어정보처리에서 알파벳 계열의 음소 문자와 한자와 같은 음절 문자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 문자로 각광받는 미래를 전망해 본다.   <구글검색에서...>






<게시자주>


한글을 깊이 그리고 새로이 탐구해야하는  당위성이나 이유는 분명하다 한글이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는 문명사적 업적에서  뿐만이 아니다 한글은 한 분야의 역사적 업적일 뿐

아니라 우리민족사가일궈온 중요한 힘이며 권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창조적이고 유수

한 성과는 역사의 공능으로 이루어지며 결코 우연히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새로운 시대 변화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에 응하는 기능은 역사의 중심

으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정신  전통문화에 정통해야할 뿐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유산을 역사성을 깊이 탐구할필요가 있다 그 역사의 힘 기능 혹은 실체란

개별적 역사  성과속에 응축되어 있다고 생각되므로 다양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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