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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황폐한 가슴에도

하이안자 2016. 10. 9. 12:45


 

Tamara De Lempicka, Eva





황폐한 가슴에도




거치른 황야에도

풀과 나무가 자라네


싸늘히 식은 표정 아래도

건조한 피부 밑에도


부셔져가는 가슴에도

더운 피가 돌고

열정이 있다네


태양이 뜨고

지구가 도는 한


하늘의 뜻과

땅의 의지가 

아름다움에 있음은

변함이 없다네


아아 그럼에도

심신이 무너질 때는

세상이 폐허로 변하네


이는 모두가 자초한 것

질긴 인연의 끈과

연민의 정을 놓지못해

스스로 무너짐을 기꺼이

감수하고 나아가는 것


그럴 가치가 있는가

나는 매일 묻지만

답을 주는 이 없다네


내 산산히 조각나

부서질 때가 되었다면

무슨 여한이 있으랴

인생이 그럴 수 있는 것이니

충분히 이해한다네


생생이 박동하는 심장이

옥죄일 때도 유감이 없었다네


그러나 하늘의 별이여

가끔을 밤에라도

빛날 수 있어야하지 않나


아니래도 좋다

보름에 가득차는 달이여

이지러졌다가도

채워질 때도 있어야하지 않나


아니래도 좋다

모든 것이 아니된다해도

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좋다

뚫고 나아가는 것도

생명의 의무일터이니

기꺼이 기어서 가리라


무릎이 닳을 때까지

가다보면 언젠가 끝에서

밝아지고 가득차고

또한 잎을 내지 않겠는가


흐르는 구름과

광야의 바람을 느끼며

그 의연한 나아감으로부터

결론지워본다네


인인성사도 진리요

인인패사도 진리이니

우린 그 사이를 간다네


선의도 사실이요

악의도 진상이니

역시 그 사이를

가는 것이라네


천태만상의

내외 세사를 만나도


마음의 길은

자신이 택하는 것

분별의 힘으로

엄숙해야한다네




        -화 심  하이안자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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