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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실레...
1906년 빈 미술 아카데 미에 입학 했으며, 그곳에서 대스이자 친구와도 같았던 구스타프 클림(GustavKlimt1862~1918)를 만나 깊은 영향을 받는다.
1908년 클 로스터노이부르크에서 열린 전시회에 처음으로 참가했고, 1909년에는 보수적인 분위기의 아카데미를 떠나 새로운 예술가 그(Neukunstgruppe)을 결성했다.
이후 표현주의적 성격을 띤 그의 회화 양식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는데, 특히 1911년에 클림트의 소개로 만난 모델 발리 노이칠과 함께 인상적인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모델로 작품을 제작하던 실레는 1912년 미성년자 유과와 외설적인 그림을 그렸다 는 혐의로 체포되어 24일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1915년 갤러리 아르노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후 , 모델 발리와의 동거 생활을 끝내고 에디트 하름스와 정식으로 결혼했다. 이후 작품을 꾸준히 제작 하여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로서 확고한 지위를 얻게 된다.
1918년 제49회 빈 분리파 전시회 에 참가하여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었으나, 몇 달 후 에스파냐 독감에 걸려 아내 에디트가 사망했고 사흘 뒤 실레 역시 독감에 감염 되어 스물여덟이라는 짧은 생애를 마감한다.
시대의 불안과 실레 자신의 내면적인 고독, 욕망, 혼란이 뒤섞인 작품들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을 투영하기에 영원한 공감대를 얻고있다.
난 어쩌면 억지로라도 밝을려고 애썼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는걸 참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억지로 억지로 나의 그런 면들을 숨길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사람의 그림을 보면서도 억지로 밝게 해석하려하고 어두운 부부는 애써 외면해 온 것 같다.
애써 꾹꾹 숨기고 있었던 나의 어두운 면을 어쩌면 이사람이 더 끄집어 내게 도와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곤실레..
30살도 안돼 죽은 천재 화가..
어쩔수 없는 나의 부분..그래서 언제나 감추고 숨기고 싶었던 부분..
그런 숨기고 싶은 나의 부분을 이 사람의 그림이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왼쪽다리를 곧추세운 여인....1917년 작품
무릎을 들어올린 발리......1913년 작품
조롱하는 여자...1910년 작품
뺨을 당기는 자화상
그림은 ‘에곤 실레’의 ‘이중 자화상’이네.
이중 자화상이라지만, 이건 정말이지 기묘해. 한 사람 속에 있
는 두 인격이야 익숙한 구분법이지만, 그 둘이 하나로 연결되는
관계성이 기묘하다는 말일세. 따로 떼내고 그걸 다시 관계 지우
는 그 방식이란 게 왠지 내게는 섬뜩하고도 뭉클하게 다가오거든.
그것은 비밀이란 것도 없는 인간들이 가지는 벌거벗은 모습이야.
벌거벗은 것들은 죽은 것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 식상한 표현
을 자제하란 말이라지만, 이 말은 다른 의미로도 유효해. 자신을
표현하는 여정이 곧 죽음의 여정이니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침
묵은 생존의 방식이지. 너무 죽을 거 같으면 그때 잠시 침묵할 수
도 있을 거란 말이네. 하지만 다시 표현한다. 이 그림에 나오는 두
얼굴 이야기를 우선 더 하고 싶네. 어찌 보면 이 그림 속의 두
얼굴은 사랑하는 자와, 사랑 받는 자의 표정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 묘한 기댐의 긴장을 봐. 굳이 오래 들
여다보지 않아도 사랑 받는 자가 아래고, 사랑하는 자가 위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거야. 그 둘의 관계를 두고 내가
굳이 여러 느낌들을 풀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 다만
내가 하고픈 이야기는 내 시선의 이동경로, 그러니까 사랑을 받는
자의 얼굴에서 자꾸만 사랑을 하는 자의 얼굴 쪽으로 옮아가는
그 경계에서 비롯한다네. 이 그림은 그렇게 아래서 위로 읽혀
가네. 그런데 이 그림을 오래두고 찬찬히 바라볼수록 이상한 느
낌을 받게 돼. 상대적으로 평면적이고 복잡하지 않은 선들로 이
루어진 윗사람의 표정, 그러니까 사랑하는 자의 얼굴이 점점
난해해진다는 거야. 어벙한 듯한 그 표정이 점점 난해해지면서
동시에 잡히지 않는 의미들이 점점 그 폭을 확장시키며 내 시선
을 고정시키지.거 모호한 느낌에 한참 사로잡혀 있다보면, 사랑하
는 자의 표정이 알 수는 없지만 무척이나 입체적이고 현란하게까지
여겨진다는 걸세. 반면에 아래 인물은 상당히 지루해 보이기까지 한다
네. 재미없다는 이야기지. 사랑을 받는 자는 충일감에서 금세
추방되고 사랑을 하는 자가 더 오랜 기억을 거머쥔다는 식의 고
답적인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좀 정신을
차려보면 이 두 인물은 한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할 수 있지. 서로
깃들어 있는 것을 보라구. 난 사실 이 그림이 끔직하고 왠지 기분
이 나빠지기까지 하다네. 두 얼굴은 서로에게 병적으로 필수적이야.
근친상간의 느낌까지 들지. 세상에서 격리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두 시선. 긴장하고 방어하는 시선. 감상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들의 죄를 저 뇌리 깊숙이 처박아 놓고 있는 듯한 공모감.
나는 그 둘을 찢어버리고 싶기까지 해. 아주 흉측한 느낌이 들거야. 뱀 몸뚱이를 돌에 갈아서 잘라내는 것 같은 기분 말이야. 하지만 막상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순하고 어벙한 듯한 눈빛을 가진 윗 얼굴이 갑자기 입술 속에 숨은 날카로운 이빨로 내 손등의 살점을 뜯어내고 할퀴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섬뜩해진다고. 고양이 같아. 주인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고양이, 숨기고 있는 고양이.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 분열증세들이 짜내는 완벽한 고립감. 저 그림 속에는 생명체들의 자기 보호 본능이 나를 무척 긴장하게 한다구.
최근에 나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관심 없던 걸 관심을 두고 인정하게 되었다는 말이 더 정확한지 모르겠네.) 나에게는 자기 보호본능 같은 것은 너무 희박해서 문제라는 거야. 사실 그 자체가 별 문제가 될 일은 없겠지만, 남들도 대개는 다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고 살아왔다는 것은 상당한 착오였다는 생각이 들더군. 결국 나는 용감했거나 무모했거나. 혹은 상당히 폭력적인 인간이었다는 말이 되는 거지. 이 그림이 이토록 내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네. 내가 사랑한 사람의 얼굴을 다시 보는 듯한 기분. 사랑에서 뒷걸음치다가 누가 등을 두드려 깜짝 놀라 돌아보다가 사랑하는 자의 얼굴을 기겁하며 다시 맞닥트리는 기분. 모든 것을 표현해도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던 추억의 번쩍임.
이번에는 사진을 하나 보자구.
에곤 실레가 28세로 죽었을 때 어느 사진가가 담은 그의 모습이라네. 어때 낮잠 자고 있는 것 같지 않나? 이 자를 보고 있자면, 세상이든 사랑이든 여하간 그런 것이 우리를 범람한다 해도 별 일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표현한다 해도 별 문제될 것 없을 거라는. 나는 근래 꿈속에서 내 자화상을 자주 본다네. 이중 아니 삼중 아니 몇 십 명이 우글우글 나타나기도 해. 하지만 그 중에 내 눈을 끄는 녀석은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녀석이더란 말이야. 아프고 저 바위 숲 너머 혼자 웅크리고 절망하는 그 녀석 말이야. 그런 녀석이 없다면 죽을 때 어찌 이리 여한 없이 편안한 동작으로 제 손들을 위치시키며 죽었겠나. 한 손은 제 머리를 받쳐주고 한 손은 제 가슴의 아릿한 구석을 살짝 짚어보고 가는 저 마지막 자세가 자꾸만 내 눈길을 끌더란 말일세.
28세 치고는 꽤 그윽하지? 지랄 맞게 살다가서 그런가봐. 하지만 낮잠 든 것 같은 그 순간은 그저 그의 마지막 모습일 뿐이고 너무 감동 받거나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네. 나는 잠들어 있는 거 보다는 깨어있는 게 편한 사람이라네. 자네는 심란하기 싫어 늘 일찍 눈 붙인다고 그랬지? 부디 잠들어 있게나. 자네를 잘 지켜내라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닮아있군. 이 여름이 끝나고 난 더욱 가난한 자가 되어 있을 거라네. 태풍이 불면 난 어디로든 날아가 버릴 거라구.
언젠가 해질 때 나란히 앉아 있었던 적이 있지? 다행이야. 마지막이란 게 오면 자네를 잠시 생각할 걸세. 건강하게나. 부디 자네 뜻대로 아무 것도 되지 말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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