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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아랫 글은 수년전에 기고했던 글인데 최근 일부 아시아적 가치론에 대한 글을 보고
다시 게재해 둔다. 그동안 아시아의 가치에 대한 논의는 변전을 거듭하고 있으나
결국은 우리들이 정리하고 나아가야 할 주제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적 가치 논쟁의 효용과 의의
오마이뉴스 | 입력 2003.05.22 10:51
최근 아시아적 가치의 보편성 문제에 대한 격론이 있었다고 전한다.
충분한 깊이를 갖춘 격론인지는 생각해봐야 하겠으나 그런 류의 성
찰 자체는 분명 바람직하다.
아시아적 가치는 제대로 사려되는가
우선 아시아적 가치란 무엇인가하는 데 따르는 의미적 포인트를 두
는 문제가 논자들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다. 대개 아시아적 전통
의 가치를 말하는 것일터인데 이 때 "아시아적 전통"을 인식하는 방
식부터 문제가 된다.
대개 전통이란 역사적인 가치이다. 그러나 아시아적 가치논쟁에서
깊이 있는 역사학적 배려는 별로 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웨스턴
임팩트(western impact) 논리의 위세하에 스스로를 두는 한 자신의
역사와 사상과 전통에 대한 자존적 탐구는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
려 일찌기 자끄 제르네가 동아시아에는 역사학의 탐구가 미비하며
아직도 사실탐구의 수준이라고 혹평하였었는데 그것은오히려 실제
로는 아시아를 높이 보아준 것일 수도 있다."탐구되지 않았다"는 뜻
이니까 탐구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런 문제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역으로 역사학상의 "근대"
라는 서구적 개념이 완전한 가치인가 하는 근본적인 사실부터 검토
해야 한다. 환언하면 민주주의 자유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인권과 민
권 그리고 최근에 한국에서 부각되고 있는 행복추구권 같은 개념들
을 정밀하게 재음미하고 사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
지하듯이 그 이념들은 근본적으로, 첫째는 인식론상 "천부인권론"
"재산권론"과 같은 자연주의적 기원을 가지며, 둘째는 서양 중세의
정치 사회 구조의 청산, 절대왕정에 대한 저항을 일으킨 인적인 욕구
와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이 역시 인간의 자연스런 의욕과 감정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자연주의적이고 현재는 "몸의 철학"이
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다. 그 서양적 근대가치의 경험적
"자연주의적 성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는 "근대"라는개념은 우리
들 스스로에게 오직 혼란스러울 뿐, 제대로 요해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는 우리의 근대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자주 필요 이상의 지력
을 낭비하는 소모적 논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시아적 가치의 중핵으로서 유교사상과
문명에 대한 경험적 성찰의 필요
논쟁의 한쪽은 아시아 가치가 보편성을 결하고있어 무의미한 전통이라
고 말한다. 다른 한 쪽은 자아의 발견이라는 당위성에 비추어 비록 부
족하다는 점에 본질적으로 동의할지라도 창조적으로 전통을 탐구할 것
을 제언하고 있다. 여기서 둘의 논쟁을 자세히 평가 소개하거나 그 논
점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세세히 비판 검토할 필요성은 그리 느끼
지 못한다. 논리상 논거의 적절한 경험성이 결여되어 있어 그렇게 하기
가 어렵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상적 경험 논거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적 사상사적 혹
은 문명사적 진지한 검토가 아직 미비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전통과 역
사의 골간으로서 사상사란 강한 전승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가장 역사
적인 분야인 것이다. 크로체가 모든 역사는 사상사라고 한 이유이다. 물
론 한 시대의 사상이 그대로 유전자처럼 전승되는 것은 아니다. 각 시대
에 따라 사상사 전통 중에 선별되어 전승된다. 그 때 선별의 기준은 각기
독특한 시대 성향에 의존한다. 따라서 각 시대의 전승은 완전하지 못하지
만 그러나 사상사의 본류인 중심 골 간은 변함 없이 계전된다. 예를 들어
기초적 사유법이라든가 논리구성의 본질 같은 것이 그것이다. 더 구체적
으로 성찰의 범주인 경험의 세계의 재구성법, 중요한 사상적 중심개념의
사용 같은 것들이다. 아시아적 가치나 문명 혹은 사상이 인류 보편적인
성취와 닿아있느냐 하는 문제는 바로 전통시대의 사상 영위에서 그 경험
적 수용과 재구성에서 보편성이 있느냐의 문제로 결국 귀결된다. 서구지
식인들이 아시아적 사상에서는 분석적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고 일반적으
로 지적하고 있는데 물론 이는 아시아 사상을 잘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전통 사상으로서 유학사상의 경험성
유학사상은 (1)직관적 은유적 신비적 방식의 사상이라는 왜곡된 해석도
있지만 (2)전통 역사시대에 접근하는 사상적 본질 탐구의 오랜 미비성에
도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난 것도 같은 이유
에서 였다. 동아시아에서도 송나라 시대 르네상스가 있었다. 고문부흥
운동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운동이 역사학적 이거나 경험적 구체 경지에
까지 고양되거나 역사적으로 지속되지 못하였다. 아마 이민족의 내도라
든가 서세동점의 여파일 수도 있다. 지금의 시대 르네상스적 새로운 성
찰의 주요 대상으로서 유교사상은 예를 강조하지만 이 "예"는 형식미학
에 근거를 두었거나 인간적 편의나 욕구에 중심을 둔 것은 아니었다
"학습"(혹은 격물치지)이라고 하는 경험적 노작의 결과였다.
춘추시대는 "학습시대"라고불러도 좋으리만큼 겸험 탐구가 성행했던사상적
비약의 시기였다. 그러한 사상사적 문제의 경우 주목해야 할 것은 제자백가
자체보다도 그 다양한 경험획득과 경험해석적 배려이다. 유학사상은 여러
중심 개념의 처리에만 몰두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그본질을 음미
하고 구체적 사유의 과정과 방식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 첩경
이 경험적 바탕을 주목하여 탐구하는 것일 것이다. 예컨데 삼재사상을 막연
한 개념범주로 이해하는데 그치기보다는 이것이 사색의 기초인 경혐현상의
분류표적 개념을 의미한다는 점을 생각해야한다. (1)천(天) : 이념, 이상, 신,
로고스, 용 - 신비적 체험과 정신적 체험 (2)지(地) : 인간을 포함한 세계의
현상적 경험의 총체-명징한 가시적 경험적 현상 (3)인(人) : 인간의 창조적
결과-제도 문물 문자 문헌 등이 그것이다. 동아시아 사상의 바탕에서는 강
한 경험통합적 방식을 통해서 경험현상간의 화해를 본령으로 하여 새로운
사상적 성취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면 전통사상에 대한 다양한 평가
는 가능하지만 그 보편적 의미는 이미 스스로 어떤 치우친 논단의 대상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편성을 약화시켜온 현실, 현대사, 생활상
등, 각 단계의 역사모순이나 배경을 검토하고 토론하는 것이 보다 유의미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 5월17일자 <이동희・장은주씨 ‘한국사회 인권 보편성’ 논쟁> 기사 참고
<한겨레> 5월17일자 <이동희・장은주씨 ‘한국사회 인권 보편성’ 논쟁> 기사 참고
참고기사
(:Haian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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