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학식 있는 스승에게 붙이는 존칭으로 '선생님'이란 뜻
공자·맹자·순자 등 인물에 붙는 '자(子)'자는 학식 있는 스승에게 붙이는 일종의 경칭입니다. 어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위대한 사람에게 붙이는 존경의 의미가 있는 접미사이지요. 요즘 말로 하면 '~선생님' 정도의 뜻입니다. 공자와 그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에는 '자왈(子曰)'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나옵니다. 쉽게 옮기자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정도가 되겠지요. 중국 성현 중에 '자'자를 쓰는 인물은 공자·노자·장자·증자·맹자·순자·관자·한비자 등입니다. 공자나 맹자는 유가, 노자는 도가, 손자는 병가, 순자·한비자는 법가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들이죠.
춘추시대 노나라의 대학자이자 유교의 시조(始祖)로 떠받들어지는 공자(孔子)의 본명은 공구(孔丘). 성(姓)인 공(孔)에 스승의 의미인 자(子)가 붙어 공자라 불리는 것입니다. 전국시대 유교 사상가인 맹자(孟子)의 본명은 맹가(孟軻)이며, 마찬가지로 성인 맹(孟)에 스승을 뜻하는 자(子)자가 붙은 것입니다.
- ▲ 공자(공자 표준상의 기초가 된 당나라때의 초상화)
도가(道家)의 창시자인 노자(老子)의 이름은 이이(李耳).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이며, 자는 담(聃)이어서 노담(老聃)이라고도 합니다. 도가의 대표적 사상가인 장자(莊子)의 이름은 장주(莊周),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荀子)의 본명은 순황(荀況),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孫子)는 본명이 손무(孫武)입니다. 공자를 공부자(孔夫子)로 칭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부자(夫子)'는 '자(子)'보다 더 높은 극존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에게 '자'자를 붙여서 각각 '이자' '송자'라 부르기도 합니다. 실학자 이익은 퇴계 이황의 글 가운데 좋은 것을 뽑아 엮은 '이자수어(李子粹語)'라는 책에서 이황을 이자(李子)로 쓰고 있지요. 이익은 "우리 동방 사람이 존모할 분으로는 퇴계보다 앞설 이가 없으므로 '이자'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 송시열의 경우는 그가 사망한 후 간행된 문집을 '송자대전(宋子大全)'이라 했는데, 송나라 학자였던 주희의 '주자대전(朱子大全)'을 본떠서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전광진 성균관대 교수는 "아들 자(子)자의 원형은 포대기에 싸여 있는 갓난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본뜬 것으로 '갓난아이'가 원래 뜻인데, 후대에 오면서 스승을 뜻하는 극존칭으로 의미가 확대됐다"고 말합니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원래 '아들 자(子)'자는 갑골문에서 귀족들의 자제나 혈통을 의미하는 상형문자로 쓰였다가 공자 시대에 와서 평민들도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을 개방하고 신분 제도가 변하면서 학식과 교양, 인품을 갖춘 사람들에게 '자(子)'자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허윤희 문화부 문화재담당 기자 (2010. 1. 16,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