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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봄의 서곡

하이안자 2013. 4. 28. 19:01

 

 

 

 

 

 

 

봄의 서곡

 

 

서곡이 너무 길다

 

그러나 길수록

끝이 곱고 좋을 지니

오직 인고의 댓가로서 말이다

 

세상에 이제 가득 피어오르는

가지끝 잎파리와 꽃잎들

나와 전연 무관한 자리에 스스로 누리어 있으나

그러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나를 부추기는가

 

내 봄은 이렇지 못했지만

정말 어느 매 순간도 화려하게 빛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엄연한 봄이었었다 평생의 감동과 힘 그것이었다

나름 깊이를 찾아가는 생명의 높이였다

 

봄바람처럼 불어 날리고

마음대로 자란 머리카락처럼 어수선 하였고

비틀거리고 조급하고 저상한 것이었음에도

속상하고 예민하고 어긋나기도한 것이었음에도

한없이 이어진 생각없음의 행보였음에도

어느덧 한파람 거친 풍상을 지나고 나니

이미 지평선 너머 뉘엇뉘엇해지는 오늘이지만

이제 샘물처럼 거두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파도를 밀고 온  누구나의  평생처럼

그 누구나의 삶 속에서 무언가

진선진미한 것 한 가쟁이라도

피어나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스산한 서곡이 계절의 절반을 넘어도

아니 온 시간의 팔구푼이 넘어도

문제는 그 끝에 여무는 알갱이 하나가

아니냐고 말이다

 

 

                      -하이안자-

               haianja the haia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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