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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전률
봄이 아직
차가운 탓인가
만개한 벗꽃을 보아도
아무런 느낌도 없다
아이의 긴 우환 때문인지
아베에게 격분했던지
시집간 딸아이 걱정돼선지
꽃그늘을 걸으며
덤덤했다
이참에
다짐해 새기노니
깊고 깊은 파동으로
속으로 속으로 파고드는
온몸을 흔드는 전률이 아니거든
쉽게 망동하지 마라
매순간 되새기리니
통렬한 아픔으로
참을 수 없는 격자통으로
살 속에 뼈끝까지
저려오지 않거든
미동도 하지 마라
그만큼 우둔하고
그처럼 굼뜬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딱딱한 차돌이었다가
한순간 부드러운 피부로
온기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로 인할 뿐
잘하려 하지 말고
아름다우려 하지 말라
그것은 다만 연연하는
음기 덩어리일 뿐
질체요 물욕일 뿐이다
그것이
의연한 분노라면
나도 모르게
내 생명과 영혼을
미친듯이 깨우며
뒤흔들리라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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