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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두렵지않다

하이안자 2015. 4. 25. 21:48

두렵지 않다



난 내가 왜

이상했었나

생각했다


부정해왔던

나의 회고록 속에

두려운 적은 없었다

근심의 심연에 서 있었을 뿐

무서운 일은 없었다


오늘 문득 이제

무엇에도 떨지 않겠다

생각 드는 것은 아마도

속 깊은 곳에 공포가

온 몸의 경계에는 공황이

세포 하나하나에는 참담함이

가득했던 때문일까


아무래도 그것은

전률의 계열은 아니다


다름아닌

미안함과 자책

불만과 답답함


특히는 나의 자화상

태어나 오징어가 된 후

그려지는 추함과

드러나는 흉함과

감출 수 없는 졸렬함

수려하지 못한 필선

그로부터 피어나는

빈 안개이리라


이젠 꾸며 원하는 대로

부정하지 않으리라

아아 결코 떨림이란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명의 경외와

애절한 삶의 진실

깊고 깊은 인정

자상한 배려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아름다운 현상이다


내 그럴 자격이 있을까


지금 떨지 않겠다는 것은

다만 무엇에든 당당히

또는 아무생각없이 그대로

맞서겠다는 깨달음이다

난 원래 그랬다

팔자눈썹

아무런 결의도

필요없다는 것


아마에 싸리비 끝이 박혀들고

코에 구멍뚤려 젖이 쿨럭이며 새고

양쪽 관자놀이 세포가 비녀에 으깨질 때

그 순간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다만 내 운명의 반이 지어지고 있었다


수건잠바가 던져지고

차가운 눈빛속에 산 근 40년은

마지막 목조름이었다


그런데도 살았더니

모든 물줄기가 내내 막히고 있었다

그래도 안된다는 것을 안 것은

최근의 일이다


막자에 으깬

하지감자의 미각과 함께

내게 지상명령이 있었다

그래선지 어둑해지면 방에 가득

공간에 가득히 반짝이던 빛의 

알갱이가 있었다


그 망각의 겹친 층위가 갑자기 살아나

나의 부활을 권하는 지금

젖비린내 속에 바라보던 황혼을 생각하며

아하 하는 필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이다라는 것이다

모든 빛은 원점에서만 살아날 수 있고

시작될 수 있다는 명령이었다

이제 없는 불안에 휘말리지 않겠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경건히

계승해 피울때가 되었으니까


내가 좋아하던 비구름 색에

은은히 붉은 빛이 감돈 뜻을

이제야 이해한다


아직도 모를 것은

3....9....3...1....0


처음이자

단 하나의

결단이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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