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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빛에 대하여

하이안자 2016. 3. 22. 11:45








빛에 대하여



내 생에 최초의 기억은

문살에 비친 은은한 황혼빛이었다

두번째는 방 허공에 명멸하는 

작은 빛들의 알갱이였다


이마가 아직 무른 때였지만

그 기억은 뚜렷하고 맑다

아무런 자아는 없었다

다만 나를 보아주던 누나가

어른의 꾸짖는 목소리에 

놀라는 몸짓에 나도놀랐다

불그스레한 색조가 

창호지를 물들인 오후였다


나는 가을이었다고 알고 있고

바쁜 일철이라서 그랬음을

또렷이 느꼈었다

그 당시의 무구하고

밝고 분명했던 사념으로

돌아가고 싶다


너추골의 추억은 이어진다

아버님이 막자사발에

하지감자를 으깨어서

떠먹여주시던 맛이 생각난다


모두가 빛나는 기억이다

그 빛을 회복하고 싶다

어슴프레하면서도

밝았던 방의 회한이다


왜 이 느즈막에 늘

회상되는가


(...배실의 추억은 느티나무

   정자 풍장 아이들 대패 등

   인데 특히 아이들의 노래

   가 귓가에 감돈다 리듬을

   타고 반복되던  '미러배기'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느

   낌은 전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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