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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마른가지

하이안자 2016. 4. 22. 02:46







마른가지



마른 가지에 꽃이 피었다면

이미 마른 가지가 아니다


마르고 마르고 마르다가

겨우 말라비틀어지지 못한 가지

오직 가지의 중심에 가느다란

생명의 결만 남아있을 때


그 때라도 봄이 온다면

가지는 부활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 숨결이 아직은

남아 있을 그 때라면


피부가 마르고

속살마져 시들어

건조함이 중심을 향할 때도

생명의 영광을 잊지않는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뼈마저 말라가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알았다 서 있음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며 사변인지를


꼿꼿이 서 있음이여

의연하게 버티어 있음이여

조금도 굽지 않음이여


전신이 거의 다 마르고

중심에서부터는 어떤

물소리도 들을 수 없을 순간에도

만일 아직 숨결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희망이며 빛이다

모두가 늘 그렇게 살지 않는가

지금 우리는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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