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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길
가을이면 아마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가끔은 있으리니
꼭 이즈음이 아니더라도
가고 싶고 여행하고 싶고
그럴 수도 있으리니
만약에 만일에 혹
발이 없고 갈 곳 없어도
그 의지 그 기분은
변함이 없으리라
평생을 하루같이
가지도 못하는 자여
걷지도 못하는 자여
그것은 그래도 좋으리나
말마저 못하고
그리지도 못하고
바라보지도 못하는 자여
절벽 틈에 자라나는 소나무나
바위 사이에 자라난 꽃을 보아라
주인 없는 화분의 난초는 또
과연 어떠하였더냐
길이야
산이냐
나무냐
바람이냐
그것이 문제일뿐
-화 심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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