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란글

여름의 추억

하이안자 2016. 9. 27. 12:17


 9월 26일






여름의 추억



얼마 안된

추억이지만


지난 여름은 

참으로 더웠고


숲은 마음껏

한없이 푸르렀다


태양과 숲의 계절은

유감없이 지나갔으나


시간을 딛고 딛어도

나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태양이 아니니

밝을 수도

뜨거울 수도 없었고

풀과 수목이 아니니

푸르를 수도 

청신할 수도 없었다


나아지지 못하였으니

자라남과 꽃피움

성숙함을 어찌 바라랴


그러나 잠시 생각하면

슬프거나 우울하지는 않았다


바위와 돌도 있으니까

흙도 있으니까


물도 있고 온갖 미물들도

함께 하고 있으니까

외롭지도 않았다


다만 오직 격렬하게

스스로와 투쟁하였다


뜨거움만큼 강성하게

밀고 당겨 겨루었다


모든 세포와 세포들

사이를 비집고 그 영험한

공간을 느껴 찾으려 하였다


그것은 기다림으로 

빈틈없이 가득한

쇠로된 절벽의 내부였다


모든 유술같은

끌어당김을 대적하노라

열독이 쌓여 폭발하여도

그치지 않을 수 있어

그런대로 기뻤다


지금은 이제는

새길을 보고

한걸음식 걸을 수 있을까

아직은 시도하지 못하네




       -화 심  하이안자








 












'사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 끝  (0) 2016.09.28
구름과 석양  (0) 2016.09.27
문명의 잔해들  (0) 2016.09.26
트위터리안이 기도  (0) 2016.09.26
폭포  (0) 2016.09.26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