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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믿음

하이안자 2019. 3. 24. 10:51




 7분 전




믿음



믿음은

아마 도저히

슬플 수 없습니다


강변 한켠에

오래 매여 있는 배는

아직도 꿈꾸며 기꺼이

자리를 지킵니다


해가 떠오르거나

어스름한 저녁이면

몹시도 가슴 저리지만


풀향기 땅내음 어우러진

정지한 이 수면 위에서


어느때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바다를 그렸습니다

한동안은 흐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온 천지가 아닌 이 한 지점이 이미

충분한 공간이며 바다가 아닌 여기 이

물줄기의 한가닥 끝이 역시 넉넉하다고

새로이 믿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흑 알갱이 하나 그리고 물 한방울에

풀잎 언덕 구름이면 세상의 모든 영화를

유감없이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은

찬서리 내리거나 얼어붙을 때도

폭우나 폭풍이 몰아칠 때도

그래도 여기였습니다 그 역시

살과 뼈로 파고드는 격동이었으니까요

생생하고 기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몸으로 만남의 기쁨입니다

그래서 여기면 됐던 것입니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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