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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믿음은
아마 도저히
슬플 수 없습니다
강변 한켠에
오래 매여 있는 배는
아직도 꿈꾸며 기꺼이
자리를 지킵니다
해가 떠오르거나
어스름한 저녁이면
몹시도 가슴 저리지만
풀향기 땅내음 어우러진
정지한 이 수면 위에서
어느때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바다를 그렸습니다
한동안은 흐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온 천지가 아닌 이 한 지점이 이미
충분한 공간이며 바다가 아닌 여기 이
물줄기의 한가닥 끝이 역시 넉넉하다고
새로이 믿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흑 알갱이 하나 그리고 물 한방울에
풀잎 언덕 구름이면 세상의 모든 영화를
유감없이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은
찬서리 내리거나 얼어붙을 때도
폭우나 폭풍이 몰아칠 때도
그래도 여기였습니다 그 역시
살과 뼈로 파고드는 격동이었으니까요
생생하고 기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몸으로 만남의 기쁨입니다
그래서 여기면 됐던 것입니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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