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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신작시]‘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8.03 18:35


흙 묻은 자갈이 낮잠 자는 옛길
새로 만든 도시의 사람 드문 골목길
강둑 기슭에는 꽃을 내려놓고 푸르게 움돋는 개나리 잎
뺏길 뻔하다 겨우 살아남은 언덕길
나는 자랑같이 자전거를 타고
머리카락 좀 흩날리면서
돌아오지 않을 강물과 인사도 나누다가
거슬러 거슬러
입에서 터지는 대로
거슬러 거슬러 가슴에 담은 정이
묵은 대나무처럼 솟구치도록.
-고운기 시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시집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랜덤하우스) 수록

 

 

 

시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얼굴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어린아이는 걸음마를 배운 뒤 자전거에 도전한다. 세발 자전거, 네발 자전거, 그리고 두발 자전거. 그래서 자전거는 언제나 유년기의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꼭 필요한 만큼의 속도와 기능성. 자전거가 현대인에게 가르치는 미덕이다.

< 한윤정기자 >
 
 
 
 
 
 
문명에의 반성적 상념
 
 
시인은 자전거를 타며
오늘의 문명의 세계
그 배경을 다시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람 냄새 나는 자갈길과 골목
머리칼 흩날리는 바람을 느끼고
영원히 흐르는 강물을 훔쳐본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분명
오늘의 우리 문명이란 것을
돌아보는 기제이다
 
오늘 우리 삶은 사실
문명이란 고상한 이름으로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혼류하고 있다
어지러운 혼돈의 흐름 그것이다
또는 정신없이 떠내려감 그것이다
 
우리는 역사로 이어지는 혼을 잃을 때
그 나라는 위태하다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혼이 있는가 묻는다
 
차라리
자전거 타며
천천히 즐겨 퇴보하며
달리는 문명을 생각한다
구석기 시대인 처럼
두발로 걸어본다면
아마 더 좋을 것이리라
 
우린
차라리
옛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
 
 
                    -haian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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