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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신작시]‘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지’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8.24 18:37
손에서 일을 놓았다
나도 이제 이 지상에서 발을 떼고 싶다
샤갈이 그 아내와 함께 하늘로 떠오르듯
중력을 버리고 이 병든 도시로부터 가벼이
사는 동안 꼬리가 너무 길어졌다
꼬리가 끌고 온 무거운 길을 돌아보며
이쯤에서 나도 길을 내려놓고 싶다
돌아가는 길을 지워버리고
길섶에 핀 풀꽃과 인간들의 거처를 지나온
이 보잘것없는
흉측한 짐승 같은 삶의 꼬리가 밟히기 전에
꼬리를 자르면 길이 사라질까
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까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수록
< 한윤정기자 >
나도 이제 이 지상에서 발을 떼고 싶다
샤갈이 그 아내와 함께 하늘로 떠오르듯
중력을 버리고 이 병든 도시로부터 가벼이
사는 동안 꼬리가 너무 길어졌다
꼬리가 끌고 온 무거운 길을 돌아보며
이쯤에서 나도 길을 내려놓고 싶다
돌아가는 길을 지워버리고
길섶에 핀 풀꽃과 인간들의 거처를 지나온
이 보잘것없는
흉측한 짐승 같은 삶의 꼬리가 밟히기 전에
꼬리를 자르면 길이 사라질까
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까
영혼이 깃털처럼 가벼워질까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수록
짐승같음을 벗어나는 꿈
맹자는 인의를 버리면
짐승이라고 단언하였다
우리가 만일 사욕을 두고
이를 생명의 울림이라고 한다면
우린 영원히 그 짐승의 울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평생의 삶을 되뇌이며
시인은 지상을 벗어나면
이를 면할까 절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사람의
건전한 욕망과 짐승같음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맹자는 다시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것이 인간의 길이라고 말한다
바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힘으로
우린 짐승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리라
바로 그 부끄러움을 아는 힘이
우리를 짐승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어
결국 인간이 되게 한다
시인은 지상을 벗어난다 했지만
결국은 생체를 벗어나는 것이다
몸에 가두인 정신을 열어
몸밖의 꿈과 지혜를 만난다
그것이 이미지라도 좋고
예술이라도 좋고
문화라도 좋다
짐승에 이끌지 않는
이미지라면....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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