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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오후의 서재에서

하이안자 2009. 2. 14. 02:33

오후의 서재에서

 

 

서가에 늘어선 책들이

더없이 고요한 정적이다

 

어둠에 어린 빛그늘 속에

봉화 끝처럼 유영하는

먼지의 언어는  침묵이다

 

펼치치 못한 책들은

이미 커다란 불만은

거의 없어보인다

 

그 불후한 문자들이

이제 함께 쉬려는가

밝게 얼굴비치던

금장의 환한 미소도

반들거리던 페이지마다

풍기던 은은한 향내도

고요히 갈피 속에 누웠다

 

관절 아프도록

묶어 나른 책들이다

어깨 아프도록

정리했던 책들이다

행상처럼 큰 가방에

메어 들인 책들이다

그들이 오래

내 안에서 농성중이다

 

 

 

 

           -haianja the haianist-

 

 

 

 

 

 

 

 

 

 

 

 

 

 

 

 

 

 

 

편지지출처:노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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