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중심을 향하여

중심국가론

 

 

 

문명사를 돌아보자  역사상 문명의 몇몇 중심국가는 매우 중요한 성과를 낳았다

이집트 오리엔트 그리이스 로마 알렉산더제국 그리고  동아시아의 경우는 은 주

조선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중국에 강대한 왕조들이 많았다   진 한 당 송 원

명 청  등이 다 강국이었다 그러나 보편정신을 구현한 것이 진정한  문명의 중심

이며 힘에 의한 통일지향의 국가는 진정한 중심일 수는 없을 것이다

 

세세한 문명의 발전은 역사상 너무 당연한 것이라서 어떤 중심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기본적 사명이다 새역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이란 바

로 새로운 보편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강렬하게 구현하려는  의지로 넘쳤던 국가

이다  서구 근대를 지배한 자유주의 전통이라든가 고대 로마의 공화정 그리스의

민주정 이집트의 신정 오리엔트의 군주정치는  모두 하나의 중심이었다 그 시대

각각의 문명을 통합하는 하나의 보편적 필요에  부응하여  나타난 시의적절하고

역사적인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민주정은 철학으로부터 기원하였다 로

마의 공화정은 그리스 철학을 계승하며  민족통합을 지향하였다  알렉산더는 세

계통일을 지향하였다  모두 강렬한 종교나 이상이 있었다

 

그에 비해 중국의 강대제국은 다민족의 통일성의 유지를 위해  제정된 권력의 구

조를 필요로 하였다 그 통치정신은 현실상 중국내부의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었

으며 보편한 목표는 없었다  화이관의 존재가  그   상징이다 유교적 이상이란 그

내적 문제에 봉사하는 것이었고 그이상 보편한 호흡을 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유

교이 본령이 아니었다 은주정신으로서 유교는 보편한 이상으로 넘치는 것이었지

만 맹자이후 중국적 사상으로 서서히 전환되어갔었다

 

그에 비해 조선유교는 강렬한 의리와 이학적 이상을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동아

아적 전범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은주정신의 회복은  매우 부족하였으므로 서양

근세의 르네상스와 같은 중심을 이루지 못하였다 은주정신의 부활이 우리 문명

사의 선결과제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은주국가가 북방 동이족의 문명을 강하게

함축하고 있었으므로 결국은 동이족  정신의 부활이 동아시아 르네상스의 요체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¹

 

동이족 문명이란 중국의 제국지향적 구조에 비해 1)작은 구조적 틀 2)커다란 이

상을 겸비하고 3)시대에 따라 역동하는 창조정신의 추구를  의미한다 다시말하

면 비인간적 구조보다는 인간의 사색과 활동을 강조하는 역사의 열어감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역대왕조는 그들이 동이족의  중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외교적으로  중국제국의   강렬한 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아서  자신의 탈구조적

본질을 잘 발휘하여오짐 못하였다 따라서 이상의 발전보다는 너무 짜여진 제도

의 수입으로 인해 진정한 문명의 발전은 지둔화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²

 

 

                                                                         /haianja

 

 

1. 동이족 정신이란 다름아니라 대등한 적정규모의 국가끼리 교류하는 정상적 발전의 정신을 말한다 중국제국이 성립하기 이전의 성읍국가 혹은 민족적 국가단위에서 역사상황에 대응하여 일어난 자유로운 정신의 이름이다 [본문으로]
2. 이점에 대해서는 물론 강력한 반론이 가능하다 우리는 역대 중국문화를 수입하여 나라가 발전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어떤 기술이나 문화양식 제도 정치 등등의 세세한 내용의 수입이 각각 많은 발전을 수반하지만 그것은 문명의 중심을 지향하는 숭고한 것은 아니며 어느 문명권에서나 일반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 형식의 구체적 수입 교류는 아름다운 일이지만 이상과 사색은 독창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학문의 발달이 곧 역동적인 사상의 발달은 아니며 오히려 사상의 역동성을 해칠 수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