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몸

 

X-Ray Flowers

Steve Miller 

Photographs

(American, 1951)

 

 

 

 

 

 

 

꽃 몸

 

 

꽃

가녀린 몸이

위를 향해 솟아오를 때

곧은 줄기 얼마나 눈물겨운가

 

의연히 오르고 올라

그 끝에 꽃닢 피우고는

고요히 안도하는 꽃이다

 

그 몸의 심부를 보아라

오직 환하고 소박한 빛뿐이다

 

만일 광선의 통로이기를

잠시라도 거부하였다면

저 힘찬 솟아남이 있었으랴

 

세포 사이

어둠의 공간은 사실은

스산한 바람의 길은 아니다

흐드러지는 혼돈의 장도 아니다

오직 직선으로 나아가는

광자들의 거소다

 

이어지는 무채색의 밤에도

그 내내 비워둔 공란들은

언제나 충만했었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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