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반에서
반짝이는 물결이는 호반에서서
불현듯 떠오르는 상념 있었다
비록 진부하지만 영원한
푸르른 꿈 깊은 소망이 그것이다
이미 어느덧 초겨울
스산한 바람을 불어오지만
뼈로 서있는 나무와 풀들
파아란 색을 잃지 않은 이끼와 나물들
소루쟁이, 귓속나물, 미나리아재비...
덕분에 봄같은 향기를 느낀다
땅 속에 언제나 뿌리를 보듬을
따스한 숨결이 있음을 안다
산자락을 더듬어 고요한 호변에 서서
우린 상상할 수 없는 새로움을
얻게 됨을 새로 알았다
아직 현란한 몸짓을 간직한 갈대 숲에서서
우린 아름다움을 새로이 정의하려하였다
햇빛을 등져야 간직되는 영상을 찍으며
우리 일상이 얼마나 굴레인지를 깊이 새기고
동시에 그 속박이 참 기쁜 것임을 깨쳤다
몇몇이 걸으며 남기는 발자국이
바로 갈대의 환희임을 보았다
여기 저기 패인 웅덩이가
손님을 대하는 갈대의 예의임도...
- 하이안자 -
06-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