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지난 5월에
나이든 제자에게 받은
카네이션 있었다
오늘 보니 필갑에
세워두었던 꽃과 가지는
색을 다 잃고 건초가 되어있다
난 그 리본을 고리로
벤자민 가지에 걸어 두었다
짧았던 수개월 사이
넌 상처와 노쇠와 소멸을 겪고
이제 나의 역사가 되기 위해 걸렸구나
그러나 네이션아
이건 온전히 너의 개인사다
나는 다만 너의 문화사를 읽기 위해
길이 보존하련다
넌 생명을 잃은 것은 아니다
보아라 네 가지는 그대로
힘차게 허공으로 마음껏 휘어 있다
네 줄기는 아직 푸름이 남아 있고
꽃잎도 진 주홍빛의 정체를 잃지 않았단다
네 가지가 포용한 공간
너의 하늘은 오히려 엄숙하구나
색은 단지 분신이며
네 뼈 살아있으니
넌 아직 산 것이 아니냐
몸으로 스스로 문자되어
불후한 네 몸은 그대로
영원하리니
낸들 몸이 너만치 유구할까
그러나
난 너보다는
장구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정말로 믿어서 미안하구나
요즘은 노망난 것은 아닐텐데
꼭 그렇게 생각된단다
그리고 사실 그럴 수 있단다
우린 다만 공간을 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빛과 형체의 공간
전연 새로운 공간
그건 꿈같은 것이지만
진실로 그럴 수 있단다
마음만 먹으면
- 하이안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