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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론 서장
생바위 하나 개울 속에 박혀
천년 만년 두고 깎이어 드디어는
둥근 너럭바위 되었다
아마 그 바위는 호감가는 모습으로
다시 천년만년 견디다가
은혜로운 흙이 되리라
바위는 고갱이만 남기고
다 닳아 없어져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
결국은 고갱이마저 사라져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바위는 세월 속에서 자연과 함께
풀리어 해체되고 다시 쌓이어 뭉치는
커다란 리듬 속에 있기 때문이다
바위를 떼어내고 부수어
흙으로 만들 바보는 없겠지만
바위를 떼어다가 제멋데로 깎아내고
무언가 만들어 내더라도
그대로 바위는 불만이 없다
바위는 모양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왜 바위 같을 수 없는가
깎이면 아프고 쓰라리며
떨어져 나가면 고통스러운가
사람은 제 모양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단지 그 때문에 살아간다
그러므로 제 모습이 부서지는 것을
너무도 슬퍼한다
우리는 이를 상실이라고 부른다
하늘이 처음 만들어준 모습
그 은혜의 선물을 고이 고이 간직하고 싶다
사람은 바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도 바위처럼
세월의 물결 속에 변형된다
인생이 애처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뜻하지 않게도 무엇에 의해
떠어내지고 비틀어지고 상처나기도 한다
또하나의 비극의 서막이다
그러나 육신의 모습이 변형되고
제모습을 잃는 것은 참고 견딜 수 있다고 하자
마음의 변형은 정말로 겪고싶지 않은 일이다
또 그러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러지 않을 수 없을 때
얼마나 가슴아픈가
우린 그래도 여전히 살아간다
그 비장함을 견디어 나아간다
그것은 아마도 마음을 복원할 수 있다는
유일한 희망 그것 때문이리라
빛나고 힘차고 아름다운 그 마음을
끝내는 지킬 수 있다는 마지막 그 소망이
그것이 바로 생명의 깊고 깊은 비밀임을 안다
-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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