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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짚으며
요즘은 거닐면
허리로 손이 간다
지팡이는 조금 부끄럽다
어디를 무얼하러
그리 걸었던가
묻는다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의 명령을 잊었던가
금 쇠같은 우물난간의 빛을
망각하였던가
묻는다
그토록
오랜 책장을 넘기며
어디를 떠돌았던가
혼몽한 눈빛 속에서도
주침 가면의 어슴프레한 가운데
에서라도 영혼의 접속을 믿는가
묻는다
검은 호랑이 뛰놀던
푸른 들을 회상하며
황혼에 물들던
으늑한 방의 창호지를
다시 그리며
허공에 명멸하던
빛의 알갱이를 기억한다
나의 근원을 생각하며
돌아갈 수 있는가
묻는다
-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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