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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회
-우리 전통 학행의 길은
단순한 기쁨을 추구하는 길-
공자께서 십유오세에 학행에 뜻을 두었다고 언명한 이래 논어는
전통시대 군자들의 필독서로서 그들의 학행을 계도해왔으니 그후
어언 2500년의 세월이 지났다
논어의 첫 문장은 주지하듯이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언명으로 시작된다 공자 가르침을 꿰뚫는 지남어일 것이다
나는 십유오세에 학행에 뜻을 두지는 못하였다 다만 십칠팔세에
경전의 문자를 읽을 뜻을 지녔을 뿐이었다 경전에 뜻을 두게 된
동기는 선고를 비롯한 어른 친지분들의 유교적 행실을 일상에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유교적 교육
을 특별히 받은 일은 없었다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집에서 접하는 일들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면서 나도 한문경전을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후로는 틈을 내어 경전을 접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그 결
과 오늘에 이른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많은 문헌을 독파한 것도
아니고 경전을 정밀하게 분석하며 읽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말씀
하신 분들의 뜻을 그대로 정확하게 읽어야하겠다는 생각 뿐이었
다 지금도 그러하다 학구유자 라기보다는 생활유자의 길을 내내
걸어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어에 대해서는 위의 학이장을 살펴보면 배움의 기쁨을 논한
바로 뒤에 1)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 2)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유감이 없다면 군자가 아닌가 하는 내용이 이어
진다
여기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내포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배움과 행
실 즉 학행이란 기쁨을 향하는 마음 그리고 기쁨을 지키는 마음
환언하면 기쁨을 저해하는 삶의 순간에 휘둘리지 않는 열락의 길
을 가는 것을 담담히 토로한 말씀이 아닌가 생각한다 학행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며 스스로를 편안하게 하는 길 기쁘게 하는 길
을 소박함의 범주 가운데서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학행의 길을 가는 것-벗을 만나는 일-남들과 어울려 살면서 그들
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가운데 열어나아가는 기쁨의 길-을 지칭한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그같은 출발선이 바로 성자를 배우는 길임을 갈수록 느끼게 된다
자연스런 기쁨은 인류보편의 생명의 열락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에게는 그 이상의 별난 탐욕은 긴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의 학(학행)이란 나와 삶의 사이에 있어야 할 것을
탐구하는 태도다 學行이란 學習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행(行)이라고 하지 않고 습(習)이라고 한 것은 의지를 가지고 익
혀야 가능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은 배우고 행해보면 기쁘지 않은가 라고 이해하
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꼭 문자를 배우고 익힘을 주로 말씀
한 것은 아닐 것이다
2020-2-26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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