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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신작시]‘우리는 매일매일’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9.01 09:29
버찌를 가득 넣고
우리는 매일 넘어졌지
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
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우리의 사계절
시큼하게 잘린 네 조각 오렌지
터지는 향기의 파이프 길게 빨며 우리는 매일매일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문학과지성사) 수록
미각과 시각 -감각의 미학
외국 화가 중에
과일의 맛과 향을 그린 그림이 있다
거기엔 반드시 칼과 함께 깍는 도중의
사과나 반 정도 가른 과일들이 놓여 있다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 맛과 향이 느껴지도록
극사실 묘사를 하고 있다
매일매일은 그런 그림을 보는 듯한
생생한 과일즙을 느끼게 된다
흰 셔츠에 묻어나는 버찌의 선명한 붉은 색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토마토의 즙
시인은 특히 버찌는 흰 셔츠에 가득넣고
넘어진다고 말한다 땅에 구르는 버찌와
흰 셔츠에 배어나는 붉은 버찌 색이 눈에
아른거리고 코 앞에 뒹구는 버찌의 향이
가깝다
시인은 또한 푸른 토마토를 하늘로 던지면
붉게 익어 떨어진다고 한다
겉이 푸른 토마토도 필경 익은 육즙을
터트렸으리라 그리고는 결국 오렌지를
빨대로 빨아들여 상큼함 맛과 함께
내 안을 노란 색으로 가들 채우고 만다
시인은 하늘과 땅과 흰 셔츠에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외형 보다는
그 속 그림을...
그는 아마 그림은 이렇게 그리는거다
라고 말하고 싶은게다
소중하고 바라는 것을 간직하려는
애련함과 기쁨 그 양자의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과 마음들 그 사이에
그림이 있다고 말하려는 것일 것이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토마토를 던지고
버찌를 품고 넘어지는
행위예술을 보이고 싶은 거다
과일은 꼭 먹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므로...
모든 탐구와 모색이
다 그런 것이리라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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