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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는 들에는 가본지가 꽤 오래됐다 온갖 풀들과 곤충과 잡초들 수목들 흐르는 물과 바람 산아래 감도는 냉기마저 그립다 거친 들에는 내내 나서보지 못했다 이미 황야가 있어 가슴 가운데 펼쳐져 한없는 넓이를 가진 때문일터이다 세월 따라 그 들이 넓어져 가기 때문일터이다 우린 원래 황량한 무한 공간의 소산이니 그 황폐함마저 낯설 수는 없다 야성으로 태어났으니 고요히 그 초솔함을 친하라 생사의 사이 공간에 열린 길고긴 침묵의 냉냉함을 느끼며 그 얼음공간을 부정하려는가 음양의 실존을 받아들이라 황무한 들은 오히려 싱싱한 생명의 거소다 그것이 가슴 속이든 우주의 끝이든 아니면 발밑에 열린 대지의 한 곳이든 삶의 근저다 사실 모든 빈 곳은 냉엄한 것 어떤 틈이든 서늘한 것 황야는 바로 그 공간이며 진실로 살아있음의 질체다 사계를 따라서 변전하는 경이로운 창조의 장이다 봄의 싸늘함은 그래서 진공의 틈이 보내는 거절할 수 없는 목소리다 우린 바로 그 공간을 메우는 넓고 넓은 도화지를 가진 하나 하나의 화공이 아닌가 공기를 울리는 메아리가 아닌가 빛을 끌어들여 더 빛나게 하는 충실한 실물들이 아닌가 황야에 서서 황야를 숨쉬며 무얼 더 생각하는가 우린 다만 날로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것 바로 귀거래사다 결국 아름다움이다 -haianja the haia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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