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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들에는

하이안자 2009. 2. 8. 03:32

 

들에는

 

 

들에는

가본지가 꽤 오래됐다

온갖 풀들과 곤충과 잡초들

수목들 흐르는 물과 바람

산아래 감도는 냉기마저

그립다

 

거친 들에는

내내 나서보지 못했다

이미 황야가 있어

가슴 가운데 펼쳐져 한없는

넓이를 가진 때문일터이다

세월 따라 그 들이

넓어져 가기 때문일터이다

 

우린 원래 황량한

무한 공간의 소산이니

그 황폐함마저

낯설 수는 없다

 

야성으로 태어났으니

고요히 그 초솔함을 친하라

생사의 사이 공간에 열린

길고긴 침묵의 냉냉함을 느끼며

그 얼음공간을 부정하려는가

음양의 실존을 받아들이라

 

황무한 들은 오히려

싱싱한 생명의 거소다

그것이 가슴 속이든

우주의 끝이든

아니면 발밑에 열린

대지의 한 곳이든

삶의 근저다

 

사실 모든

빈 곳은 냉엄한 것

어떤 틈이든 서늘한 것

황야는 바로 그 공간이며

진실로 살아있음의 질체다

사계를 따라서 변전하는

경이로운 창조의 장이다

봄의 싸늘함은 그래서

진공의 틈이 보내는

거절할 수 없는 목소리다

 

우린 바로 그 공간을 메우는

넓고 넓은 도화지를 가진

하나 하나의 화공이 아닌가

공기를 울리는 메아리가 아닌가

빛을 끌어들여 더 빛나게 하는

충실한 실물들이 아닌가

 

황야에 서서

황야를 숨쉬며

무얼 더 생각하는가

 

우린 다만 날로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것

바로 귀거래사다

결국 아름다움이다

 

 

 

 

 

 

       -haianja the haianist-

 

 

 

 

 

 

 

 

 

 

 

편지지출처:노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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