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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다이버의 비극

하이안자 2009. 11. 8. 07:49

 

 

 

The Diver’s Tragedy

Abdulla Al Muharraqi  1973

 

 

 

 

 

 

 

다이버의 비극

 

 

 

지금은 분명

비극의 싯점은 아니다

내 등에 산소탱크가

절반은 남았으리니

 

지금껏 깊은 물속을

헤어나지 못하는

그 답답함이 있어도

뿜어내도  뿜어내도 그저

방울 방울 떠올라버리는

내 숨결이 고독하고 공허해도

그래도 아직은 아니다

 

심연에서 꿈틀이는

파동을 느낄 수 있고

뼈를 타고 감도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스스로 받아들인 미래가

결국 심연을 벗어나지 못하고

차곡차곡 놓여지는 해골일지라도

무게를 잃고 떠오를 내 골반이

그저 하얗게 빛날지라도

결코 아니다

 

비생물학적 물체를

갑옷처럼 감싸고

철갑과 몸이 구분되지

못할 만큼 동화돼버린 세월도

비극을 잉태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푸른 물과 상어와

물고기들 어울려 있는 한

비극은 허용되지 않는다

 

수중에도 하얀 이 씨 심을

두터운 지면이 있으니

뿌리 내리고 싶은 나무의 꿈은

아직 건실하고 여전하다

비극은 없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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