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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 위에서
바람처럼 흐르는 물살은
모든 것을 용코없이 떠나보내고
비린내 흩뿌리며 지나가며
어울려 이루는 성대한 역사
허공을 안은 길들은
나아가고 또 나아가 전혀 다름없어라
한껏 달리며 드리블하듯이
그럴 재주 있다면 좋으련만
하염없이 뒤엉키어 흐르는
그 한 가운데서 속으로 속으로외치네
흔들리면 안돼
휘말려도 안돼
가는 길은 가더라도
난 다 그저 보내선 안돼
초침이 끌고가는 시간 위에서서
난 늘 무게 중심을 깊이 내리고 걷는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보태고싶어
사대삭신 근골을 모으려는 것
팔을 또한 공들여 모으며 생각한다
아무생각없이 스치는 바람에
그대로 부딪어야해
아마도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빼꼼히 열리는 틈
그런 새길이 나서곤 하지
아마 그것을 옥쇄의 의지라고 할걸?
내가 가는길
나를 스치는 바람
떠밀고 미끌리고 흔드는 지축
사실은 다 상관없다
강풍에 날리는 사물처럼
떠올랐다가 그대로
부딪어나아가면 그만일 것을
충돌 이후는 그것은 섭리의 영역이다
그것은 결코
영악하지는 못한 것이므로
비겁한 것일 수 있고
무책임한 것일 수 있고
어리석은 것일 수 있지만
적어도 용기없거나
졸렬한 것은 아니라고
오직 스스로 위로할 수 밖에
그후의 생사는 신명의 소관이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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