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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물살 위에서

하이안자 2015. 2. 26. 03:02






물살 위에서



바람처럼 흐르는 물살은

모든 것을 용코없이 떠나보내고

비린내 흩뿌리며 지나가며

어울려 이루는 성대한 역사

허공을 안은 길들은 

나아가고 또 나아가 전혀 다름없어라


한껏 달리며 드리블하듯이

그럴 재주 있다면 좋으련만

하염없이 뒤엉키어 흐르는 

그 한 가운데서 속으로 속으로외치네

흔들리면 안돼

휘말려도 안돼

가는 길은 가더라도

난 다 그저 보내선 안돼


초침이 끌고가는 시간 위에서서

난 늘 무게 중심을 깊이 내리고 걷는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보태고싶어

사대삭신 근골을 모으려는 것

팔을 또한 공들여 모으며 생각한다

아무생각없이 스치는 바람에

그대로 부딪어야해

아마도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빼꼼히 열리는 틈

그런 새길이 나서곤 하지

아마 그것을 옥쇄의 의지라고 할걸?


내가 가는길

나를 스치는 바람

떠밀고 미끌리고 흔드는 지축

사실은 다 상관없다

강풍에 날리는 사물처럼

떠올랐다가 그대로

부딪어나아가면 그만일 것을

충돌 이후는 그것은 섭리의 영역이다


그것은 결코

영악하지는 못한 것이므로

비겁한 것일 수 있고

무책임한 것일 수 있고

어리석은 것일 수 있지만

적어도 용기없거나

졸렬한 것은 아니라고

오직 스스로 위로할 수 밖에

그후의 생사는 신명의 소관이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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