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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원리논쟁
문제의 배경
몇년 전에 한글 제자원리 논쟁이 있었다
논쟁의 핵심은 천원지방설에 근거를 두느냐 아니면 발음기관설을 중심으로
소리가 문자가 된 원리임을 강조하느냐에 있었다 이는 자음과 모음의 제자원
리에 대한 혼동에 따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천원지방이란 반드시 동그라미
와 네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자음이 지에 속하고 모음은 천에 속한
다고 볼 수 있다는 대전제가 필요할 것이다
천원지방설과 아울러 삼재사상을 어떻게 연관할 것인가도 남아 있는 숙제다
천원지방설에서 삼재사상은 상호 관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음 기
관설과 삼재사상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이론적 문제도 같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문제 제기의 오류 가능성
한글 창제가 이루어진 구체적 과정이 명확하지 않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것은 한글 자모다 어떤 구체적 아이디어를 통해서 어떤 원칙을 세우고 한글 창제
가 이루어졌는가는 아직 분명하지는 않다 정작 문제는 천원지방설과 삼재사상으
로 한글 자모의 모습을 그 음가와 아울러 연관지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발음기
관설 역시 명확한 상형인 것으로 보고 있고 각 발음 기관의 모습과 상당히 유의미
한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충분한 설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발음과 직접
연관지워서 더 소상한 원칙의 설명으로는 부족함이 남아 있다 어떻게 문자가 창제
되었는지 구체적 과정 즉 아이디어의 수립 - 분화와 적용 - 최종적 자형 선택 등
프로세스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혹 어쩌면 한글 창제의 과정을 주도한 것이 그들
설이 아니고 이들 제설은 창제된 자형에 대한 이차적 해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치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의미 부여와 유사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발음기관설이 기장 원초적 아이디어 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더라도 단순히 발음 기관을 그린 것인가 아니면 1)특정 발음과 관
련해 발음 기관의 모습을 표현 2)발음 부위에서 발음이 이루어지는 기제의 표현
이 두가지 중에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 살필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삼재 천원지방설의 본질
음양 오행설이 그렇듯이 삼재설과 천원지방설은 존재하는 현상에 대한 해석의
방식이다 오직 유일하게 태극이 무극 설만이 사물 창조의 근원을 밝히는 시도였
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해석의 방식이 역으로 창조의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창조하는 문화가 그런 것이다 그런 경우는 일종의 창작
행위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진실과는 다소의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진정한 창조
는 오로지 진실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그럴 수록 위대하고 영원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음을 주재로 한 창조의 산물 한글
우리는 "가"라고 발음 할 때 목과 구강에서 전해오는 느낌 즉 감각이 있다 그 감각의
성격은 힘차게 미는 듯한 체감 그리고 이차적으로 멀어져 가는 공간감 같은 것이다
하나의 발음 현상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감각은 당당부분 주관적이고 객
관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재의 현상이다 예를 들어 이러한 현상
을 표현하고자 할 때 어 떤 형상을 그릴 것인가 음파적 운동의 방향과 크기를 그려야
할 것이다 'ㄱ' 은 그같은 현상에 부합한다 만일 이런 방식의 제자원리가 밝혀진다
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음의 한 획 한 획이 단순한 상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과 현상의 절실한 조응 필요
모든 현상의 연구에는 접근 이론이 필요하다 누적적으로 참이라고 인정된 이론은
무시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론은 헛점이 있을 수 있으므로 현상의
분석을 통해 보완하고 개선되고 재해석되면서 새로운 지견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학문의 길일 것이다
개별적 개체적으로 파악된 현상의 특징을 재구성하는 일은 막연할 수 없고 하나
의 원리로 귀결되어야 하므로 이론과 현상 사이에는 높은 긴장감이 요구될 것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위대한 문자
아직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제자원리를 논할 수 있는 문자라는 사실은 단적으로
창조적 문자라는 뜻이다 반포문에서 예 글자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선언하였
다 그 옛 문자란 어떤 것인지 명언되어 있지는 않다 인도문자 등 여러 문자가 거론
되고 있고 우리 신화상의 문자 가림다문도 그에 포함된다 장래엔 밝혀지겠지만 포
괄적으로 말해서 옛글자의 모양을 계승하고 이를 재해석하고 음가를 정의하여 새
롭게 만든 문자인 것은 분명하다 '체계적 음가의 새로운 부여'는 중요한 문자학적 진
전일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 연구 시대에 살고 있다 한글의 자형을 그 기초적 도형의
견지에서 정밀분석을 하게 되면 언젠가 그 비밀이 소상히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므로 학자들의 심구가요구된다 우리의 문화적 창조 역량을 보여준다는 크나큰
의미가 여기에 아울러 있다 나아가 우리 전통사상의 과학적 본질도 또한 드러낼 수 있
다고 본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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