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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갑자기 조선시대로 돌아가 한자를 주문자로 사용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자는 사멸한 문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적어도 한글의 창제 이후는 한자의 의미는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자는 사유를 위한 글자이다. 의사전달도 그 한 기능이지만 그 이전에 사물을 사고하는 과정 자체가 한자 속에서 스스로 진행되어왔다. 그러므로 한자는 그 하나하나가 사리론의 골간으로서 인생과 우주 자연과 현상에 대한 중요한 성찰을 포함한다.

물론 모든 언어가 그와 같은 속성을 지니는 것이지만 한자는 일반 언어와는 판이한 객관적 묘사력을 지니고 있다. 한자는 그대로 현상 실재의 묘사이기도 하다.

한자의 수는 8만여자에 달하고 있다.그 글자들은 그만큼의 다양한 측면에서 사물의 실재를 파악한 숫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자의 어휘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주목할만한 현상을 내 스스로 확보하여 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동양적 사유는 신비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와는 정반대이다. 한국과 중국을 중심한 유교적인 사유의 바탕은 건실한 실재경험을 튼튼한 기초로 구성된다. 신비롭다는 것은 이해의 단계가 초보적임을 나타내는 말일 뿐이다. 한자의 이해는 바로 튼튼한 사고를 위한 것임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우리는 그 사유력을 사용하여 새로운 관점을 세울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데 세워진 새 관점을 서술하는 것은 한글로도 영어로도 어떤 언어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자적 사유라고하는 튼튼하고 독특한 사유는 한자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자적 사유란 무엇인가? 한자를 통해사유한다는 것이다. 한자를 통해 사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안의 한자의 의미를 균형있게 사고하는 평형적 사고를 말한다. 우리가 한자를 한자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면 한자적 사유는 시작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동시에 전통적 혹은 역사적 유교적 사유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현재 역사사상으로서의 유교사상을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적은 까닭은 한자적 사유를 수행할 수 있는 이들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한자적 사유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일반인 뿐만이 아니다. 비록 전문적인 한학자일지라도 한자적 시유에 대한 확고한 자각이 없다면 한자적 사유는 불가능하고 한자를 사용하여 다소 심도있는 일반언어적 사유를 행하는 데에 그칠 뿐이다.한자적 사유란 먼저 한자 자체에 대한 통찰을 지속하는 지적 의도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알고 있는 <논어>의 첫구절을 배울학(學) 자를 한자적 사유로 읽으려고 하는 이는 극히 드믈다.역사상의 학(學)의 의미의 실재성을 따져 읽으려는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한다는 말이다.이에 대한 해석은 본 칼럼에서 이미 다룬적이 있으므로 거듭 서술하지는 않겠다. 다만 그 (學)은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배움>이라는 의미와는 본질적으로 전연 다른 고대 이래의 새로운 삶의 지표를 말하는 내용이다. <학(學)은 삶의 새로운 방식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이시습(學而時習)>에서 학은 술어(述語)로 사용된 것이다. 단순한 술어가 아니라 <삶의 기쁨>의 전제가 되는 넒은 이미의 영역을 가진다. 삶의 기쁨의 영역가운데 <어느 때나 실제로 수행되어야하는 그 어떤> 것을 나타낸다. 그전제로서 학(學)은 자연히 사려깊은 삶이라는 의미의 영역을 거느리면서 오늘날 우리의 개념 속에 있는 <배움>을 포함하는 광역의 이성적 삶을 지칭한다. 물론 그 이성적 삶의 실제 내용이란 유교경전에서 제시하는 극히 상세한 사례를 통해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 접할 수 있다.

한자적 사유의 길을 열기 위해 즉 동양적 이성의 본질을 우리가 되찾기 위해 우선 한자책을 손에 들고 익히기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려는 노력의 24/1만 할애하더라도 당당히 한자를 사유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우선은 1800한자 교본을 아무 조건 없이 닳도록 읽어볼 것을 권한다.한자와의 잦은 만남만으로도 스스로 서서히 빛이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튼튼한 사유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夏夷案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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