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는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문학과 역사학 사상사 혹은 사회학과 같은 학문의 미래에 대해서도 흔히들 그러는
것 처럼 역시 부정일변도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최근년의 국내 국의 사회 문화적
여러 흐름들은 우리를 충분히 당혹하게 하는 면이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인문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겪는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다. 총체적으로 혼돈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착각마저 들만큼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려고 한다.

나같이 소위 "케케묵은" 경전 문헌을 그것도 고식(古式) 혹은 구식(舊式)으로 다루며 사는
사람의 경험과 눈으로 보아서는 그야말로 현기증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
이다. 도대체 나는 지금 아주 쓸데 없는 일에 공연히 목숨을 걸다시피 살고 있는건가?

대개 인문 사회학자들은 미래의 시대는 자기 전통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보인다.그러나 그것은 궁극의 이야기이고 "나라가 잘됐했을 때"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역사 이론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기술 과학문명의 현대적 성과마저 인문학에 속하는 서양 역사학의 세례였음을 안다.

문제는 지식인 일반 국민 일반의 삶의 의지와 사고의 바탕이 문제인데 확실히 대체로
전통과 역사 사상 같은 문제를 등한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아마도 기술문명의
세례로 인하여 자기 자신의 삶 자체를 나아가서는 자신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해볼
겨를이 없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체 배아복제가 성공하고 있는 지금의 싯점에서 효도의 윤리관이 왜 필요하며 풍요한
이 물질의 발달 속에서 가난하고 청빈하게 사는 일이 어떻게 더이상 고고한 일이 될 수
있는가? 도도한 세태의 흐름 속에 "말발이 잘 서지"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 현기증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간간히 희망의 조짐도 보인다.
최근에 국회의원들이 <친일파> 명단을 발표하며 역사청산을 주장한 일이 그 하나이다.
적어도 역사적으로 살아가자는 이야기는 더없이 중요한 일임을 잠시 잊었었다는 것을
깨우친다는 데 우선 그 최대의 의미를 두고 싶다.

반면에 호적제도 폐지문제 성씨제도 개정문제와 연관한 과격한 주장들이 또 매스컴에
넘쳐나는 것을 보며 근심을 역시 거둘 수 없었다. 역사적 유산인 "가문"과 관련된
문화는 그렇게 쉽게 인위적으로 파괴해서는 안되는 사항들이라고 믿는다.요즘 사람들이
참 용감하기 그지없다고 느낀다. 그것은 거의 역사학적으로는 무지의 소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교수"는 유학의 삼강오륜을 재해석하면서 부부유별이 부부의 차별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고 매우 전통가치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발언을 하였는데 그 결론은
유교경전을 여성운동의 뒷받침 논리로 전용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다. 아마
주객이 전도된 의견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신학자들이 유교를 극렬히 비판하는 것과 대조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유교사상을 즉 그 보편한 사상을 왜곡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유학(儒學)을 생각할 때 학(學)보다는 유(儒)에 무게를 두고
이해하는 것 같다.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에 포인트를
두어야 한다. "유"란 각시대의 시대정신을 지칭하는 말일 뿐이며 중국과 한국 어느
시대의 사상을 지칭하는 말일것이다. 유학의 본원은 그저 보편적인 학(學)일 뿐
이므로 범칭으로 유학(儒學)이라고 했을 때 거기에는이미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그리스 처학자들이 생각이 지금과 다르다고 해서 극열히 비판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유학은 우리들의 영원한 지성일 뿐이다.그 속에 이미 어떤 고집은 없어야
한다고 이미 공자가 선언했었다.

그런 준비된 자세가 없이는 끊임없는 유학 왜곡이 이어질 것이고 결국은 스스로의
사상을 해칠 것이며 그들의 역사적 성과를 소멸시키고 마는 비극을 초래할 것이다.

걱정되는 일이다.
아마 지금 이순간에도 어떤 공공 지면과 공간에서 잘 익지않는 비판의 소리, 과격한
그 소리가 많은 사람들을 향해 실려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직접 만나서 대화하였을 때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과 더 쉽게 공감을
나눌수 있었고 더 많은 희망을 느낄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경솔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구나 하고 느끼면서 안도하곤 한다.

그렇게 보면 공공지면, 언론, 선도하는 활동적 시식인들의 활동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금방 알게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경거망동을 좀 삼갔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이건
극히 심각한 문제라서 어렵게 글을 올린다.


夏夷案者


'recording of life > 경전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교비판과 여성론의 문제상황  (0) 2002.05.19
보편적 사유로서의 유교  (0) 2002.03.28
시세론  (0) 2002.02.09
한자적 사유(1) / 그 필요성에 대하여  (0) 2002.02.04
국가전략론 요의  (0) 2001.11.1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