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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란글

길, 홀로 가는 길

하이안자 2020. 6. 14. 09:02

길, 홀로 가는 길

 

오늘 이제야 비로소

모든 길을 나대로 가겠다고 결의했다

오롯이 내뜻으로 걸어오지 못했으니

문득 가장 깊은 한이었음을 알았다

가끔은 잔명을 헤아려보아야하는 나이에 이르러

생의 전체의 장 그리고 모든 국면에서

오로지 나답게 내뜻으로 온전히 나아가리라

평생 내 길을 고집해 왔으면서도 온전하지 못했고

생을 스스로 완전히 주관하지 못했다

매순간 그럴 수 있을까 조금은 의심이 가지만

꼭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혹은 자주 피로가 엄습해올 때가 있다

일거수 일투족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심지어 정신이 맑지 못할 그런 때 문득 생각했다

내 안의 어떤 사변도 그것이 병의 고통이나 죽음일지라도

나의 외부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뼈로 느낀다

나는 그런 순간의 나를 잊어버리려 한다

저 멀리 망각의 늪으로 던지려 한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내가 비록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찌르고 베는 아픔이나

속으로 속으로 젖어드는 회한

분노와 치욕 그리고 두려움과 전률

그냥 그대로 두어두자

기쁨과 환락인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리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홀로 가는 길이 완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나머지 일들은 다만 

무심히 선택하고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다

더 떳떳하고 순수하게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런 것임을 느낀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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