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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아상실의 증후군 현상

우리는 최근 월드컵을 치르면서 커다란 국민적 감동을 맛보았다. 우리 사회를 중압감으로 누르고 있는 여러가지 <자아상실>의 상황으로부터 일시 초월하여 스스로의 능력과 심성의 본질을 보고 느낄 수 있었기에 모든 이들은 열광하였다. 우리들의 평소의 삶이 얼마나 정상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면이 있고 그 꿈같은 감흥을 깨우고 온 국민이 현실의 굴레로 돌아오게 한 것이 북괴의 서해도발이었다. 우리가 우리 현실을 받아들여야함과 함께 우리의 본질을 스스로 밝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크게 환기해준 것이다. 우리는 이를 <현실의 적극적 수용> <자신감의 회복>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그것은 우리의 합당한 대응이다, 또한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어떤 순간에도 정상적 심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것이다.

그 일상성 혹은 정상성과 연관하여 중국 송대의 성리학으로부터 크게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 <<대학(大學)>>이었다. 특히 주자(朱子)는 대학을 유학의 중심으로 강조하였다. 말하자면 대학은 유학의 학문사에서 방법론적 획기를 그을 만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재발견된 것이었다.

물론 유학의 도적(道的) 요소는 사서삼경 가운데 열열하게 표현되었고 그 논의의 정도는 언설의 가능성을 다한 부족함이 없는 것이지만 학자들이 그 내밀한 의미를 잘못 읽을 경우 학문의 본래 목적인 도의 근본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므로 학구상의 시행착오를 피하고 도의 본질에 주목하기 위해서 대학이 긴요하다고 본 것이었다.

그러나 지적 종합능력을 잘 발휘하여 평상의 심정으로 각 경전을 읽는다면 대학과 기타 경전이 똑같은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학의 재발견이란 대체의 학인들이 경전과 문헌을 읽는 과정에서 학문적 오류를 범해왔고 그로인해 오히려 유학의 보편적 본질적 속성이 드러내지 못하게 되었다는 학문적인 깊은 자성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성은 송나라 시대라고 하는 역사적 특수 환경 속에서 극히 긴요하였다. 성리학이 하나의 사상적 왜곡에 대한 성공적 대응이었던 것이다.

송나라 시대는 한 나라 이래의 오랜 유학의 왜곡으로 인하여 보편적 사유활동으로서의 기능을 유학이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던 데 기인한다. 보편적 사유란 자유로움과 창의적인 사고를 동반해야하는 것인데 송나라 시대까지 오랜 교조적 유학연구의 경향으로 인해 유학이 그 최대의 장기였던 사상적 턴력성을 잃었고 그 부족한 가소성을 오히려 비유학적인 방식(도교 불교 문학 등)으로 자의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2>전통적 자아관의 모습을 생각함의 의미

대학의 기본 명제는 명명덕(明明德)과 친민(親民)이다. 명명덕이란 명덕을 <깨우쳐 안다>는 것이고 명덕이란 인류의 <보편심성>을 말한다. 이 보편심성의 존재양식은 자아(自我)이기 때문에 그 결론에서 자명(自明) 즉 <자아를 명확이 인식한다>고 하였다. 그 때 자아란 동양적 언어로 공사균형(公私均衡)의 태평한 일반 심성의 본질을 말하고 있다. 사람의 극히 자연스런 정상상태의 정서의 본래 모습을 말한 것이고 이것은 각 사람의 내부에 이미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며 바로 그 사실을 명확히 절실하게 지각하는 것이 명명덕이다. <친민>이란 이러한 지성적 삶을 국민 가까이 실현한다는 것이다.

자아의 빛으로서의 이 명덕은 동아사아적 지혜를 집약한 사상적 대전제이다.그것은 보편사상으로서 유학의 골간이 되었으나 그보다 먼저는 한국인들이 그들의 역사초기이래로 개발해온 지적 전통의 본질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 명덕 개념에 극한의 통찰력을 부여하여 한껏 극명하게 재정립하는 위대한 세계사상사적 업적을 수립한 퇴계 율곡의 학문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사상사는 자명(自明)의 사상사라는 본질성을 최대의 특질로 하고 있다. 홍익인간 사상 이래로 우리가 끊임없이 재확인할 수 있는 우리의 엄연한 본질이다.

왜 지금의 싯점에서 자기 사상사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는가 하면 우리의 오랜 한 세기간의 일탈된 자아나 자신감을 회복하고 <태평 군자지국>이라고 평가되었던 진정힌 민족적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 긴요하고 또 우리의 본질이 이미 스스로 위대한 것임을 확고하게 지각하기 위해서 이다.

<월드컵 정신을 이어나가자>라든가 <히딩크를 배우자>는 방식으로 우리가 진정 그 본질을 수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히딩크 정신이 그 본질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예컨데 <학연 지연 권위주의 실용주의>의 배제는 혁명적인 방식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슴 속에서 오히려 전통을 잘 간직하고 용융하여 순화하는 길을 가야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본질성을 살리며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방후 겪었던 것과 같은 <좌우대립>의 양상으로 나아간다면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개선>을 말하기 이전에 우리의 본질을 성찰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어설프고 왜곡된 본질 위에 창의적 발전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진정한 자기 실체를 부정하거나 왜곡하고서 진전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러한 우려가 광범하게 나타나고 있다.그러므로 나는 역으로 <전통심성을 소중히 간작하자>고 말하고 싶다.

현재 분명한 것은 한국인들이 그동안의 자기인식에 비추어 완전히 다른 자신의 면모를 폭발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자기성찰로서의 월드컵 현상은 결국은 이미 자아발견의 깃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위대한 기회를 무산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마디로 억눌렸던 자아 왜곡되었던 자아 스스로 직시하지 못하였던 자아가 우리 속에 생생하게 숨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자아는 왜 우리들 스스로에 의해 방치되었었는가 하는 것을 아는 일로부터 우리들 자아 정립의 위대한 발걸음이 시작되어야할 것이다.

이번 6월 한달 엄청난 국민적 일체감을 경험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나타나 진단하였으나 민족적 본질을 직시하려는 진절한 노력이 전무하였다고 할 수 있다. 왜 그간의 크고 작은 민족성론이 잘못된 해악인가 하는 것을 말하기 전에 그 배경으로서 <역사인식>의 부재를 그 기초적 원인으로 말해두고자 한다. 우리에게 <역사적 지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와 사상은 강력한 역사성을 그 최대의 본질의 하나로 하여 쌓아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 <생각함>이 필요하다.


최근 국민적 감동과 연관하여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1)우리 민족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크게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있다.

(2)우리 민족은 한의 민족이다. 그 한을 풀고 있는 현상이다.

(3)하면 된다는 일깨움을 주었다.

(4)우리는 신명의 민족이다.

(5)히딩크는 지역주의 권위주위를 거부하고 능력위주의 훈련으로 최대의 성과를 일구었다.

(6)강한 투지로 경이로운 감투정신을 발휘하였다.

(7)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주었다.

는 등등이 그것이다. 물론 그러한 속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어느 민족이나 발휘할 수 있는 속성을 높은 수준에서 보여주었다는 의미 밖엔 솔직히 민족적인 그 무엇은 아니다. 그 민족적 본질의 한 드러남을 말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위의 해석들은 안되었지만 도리어 민족적 본질을 왜곡하고 훼손하는 말들일 것이다.


(1)우리는 특별할 때만 하나로 뭉치고 평소에는 분열되는 민족은 아니다. 뭉치고 개별화되고 하는 것은 모든 사회의 기본 속성이다.

(2)우리는 한을 품고 사는 민족은 아니다.오히려 긍정적이고 닉천적인 민족이다. 우리는 역사적 도전에 결연히 대응하면서 높은 지성 깊은 문화를 창조해온 것이 본질이다.그 내면에 확고한 정신성이 있다. 한국인은 기질적인 민족이거나 정서적인 민족이 아니다. 깊은 통찰력을 생활화해온 지성의 민족이므로 기질과 정서로서 문화를 해석하는 것은 최대의 오류이다. 예컨데 고구려 정신이 기질과 환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아서는 안되는 것과 같다.

(3)하면 된다는 것은 자각의 의미에서만 정당하지만 우리가 무모하고 그저 저돌적인 민족은 아니다.한민족이 격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최대의 민족성 훼손이다.

(4)신명 현상이 있다.그러나 그것은 기질적인 것이 아니고 종교와 지성의 울림으로 일어나는 생명의 울림이다.우리 사상사의 본질인 것이므로 이를 기질로 혹은 정서로 보려는 것은 크나큰 오류이다. 단적으로 지성의 반향이다.

(5)히딩크 예찬은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서양문물의 수입의 효과에 의한 것은 아니다. 역으로 서양적 문물과 민족적 전통과의 만남의 힘이다. 서양 문물의 소화의 힘이며 균형의 힘이다. 히딩크가 말하기를 우리 선수들이 순수하다고 하였다. 우리 선수들이 자신의 훈련을 빠르게 소화하였다고 하였다.지성과 능력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앞으로 지성적 축구를 해야하는 까닭이다.이번 현상을 서구화 일변도로 해석하는 것은 현대 민족 지성사에의 중대한 반란이다.

(6)강한 투지가 나타난 것은 근대화 성취의 자신감의 표현이며 자기적인 것의 믿음의 소산이므로 한 세기에 걸친 서구화의 흐름이 이제 자기화할 순간에 다달았음을 보여준다, 즉 투지의 내면은 자신감이다. 초일류 경기장시설 높은 IT 기술 적지않은 일류업적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한 경제력의 힘 이런 것들이 뒷받침이되었다. 단순한 투지는 만용일 것이다.

(7)끈기는 역사적 자신감이 결정이다. 고난 극복의 역사의 산물이다.외부침략과 같은 고난이란 반드시 자존심 상하는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중국은 한국보다 더 많은 외침을 받았고 한국이 35년의 식민을 경험하였지만 중국은 거의 1000년간의 이민족 통치경험이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의 나라들도 적지않은 식민 경험이 있다. 대개 전근대 역사는 문명사회에 대한 야만사화의 공격현상이 여러번 있었다. 만주족의 중국점령 왜국의 조선 침략 등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우리는 역사상 외침을 겪으면서도 그 문화적 사상적 자존심을 간직할 수 있었고 국가의식을 확고히 할 수 있었고 자신의 역사의 영원함을 믿을 수 있었다. 지사(志士)들의 나라가 되었던 이유이다. 한국의 끈기란 사실은 그 바탕에 자신의 역사를 신뢰하는 지사적인 본질을 지닌다. 신이호고(信而好古)란 바로 그런 것이다.
이제 서양문물에 대비된 우리 것이 결코 부족함이 없는 것임을 알아야할 때다.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알리자>는 문화월드컵 명제는 깊숙한 지성사적 역사적 자각을 필수로 요구한다.


<3>결론

현재 우리에게는 오직 그동안 밀쳐두었던 진절한 자아의 발견 노력이 광범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 반성의 본질은 역사적 문화적 사상적 이어야 한다. 우리가 다만 아시아 축구의 맏형(인도네시아 언론의 표현)노릇에 안주할 수 없으며 오히려 오늘을 아시아 정신과 자존심의 회복을 깊고 절실하게 추구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축구 그 자체 만으로 어떻게 아시아적 자존심의 증심이야 될 수 있겠는가? 아시아의 자존심의 본질은 역사와 사상과 문화에서 나온다.

중국은 대국주의로 한국의 성과 폄하하였다. 이는 바로 대국주의가 중국을 오랜 동안 해쳐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의 과제는 중화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반대로 한국은 <유교의 중심국가>이면서 <유교를 중국에서 수입했다>고 말한다. 이것은 중대한 자기비하이며 소국주의이다. 소국주의도 대국주의와 똑같이 민족사상사에 해악을 줄 것이다. 민족 문화의 창의성을 해칠 것이다. <유교와 전통문화>를 두고 말하면 유교문명의 초창기부터 우리민족은 그 문형의 형성사에 중대한 책임을 다해왔으며 그 궁극의 발전의 성과도 쌓아올렸다. 예컨데 유교정신은 수입된 사상이 결코 아니며 공동의 문화유산이다. 모든 문화 해석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면 그것이 소국주의이며 자기왜곡이다.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 바로 소국주의이며 또한 대국주의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그 역사적 본질과 사명이 판이하게 다른 본질측면을 지니고 있고 동시에 공통성을 창출해왔다. 이 점을 각기 진실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 역사적 진실의 왜곡은 그 나라의 진정한 힘의 훼손을 초래할 것이다.

예컨데 중국은 동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포괄하고 정리하며 하나의 문화 양식을 창출 완성하는 소임을 지니고 있고 한국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창조적지성를 개발하고 수행하는 역동적 활동의 성과를 창출하는 일을 그 소임으로 하여왔으며 일본은 그 문명의 성과를 형식화하고 보편적인 용도로서 향유하고 실험하는 소임을 수행하여 왔다고 거시적으로 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진절한 자기이해의 필요성을 부각하여 드러낸 것이 월드컵행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夏夷案者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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