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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은 무엇을 남겼는가 하는 것이 요즘 저널리즘의 주요 동향이다. 정부
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히딩크현상을 다투어 수용하겠다고 하고 월드컵의
성과를 열매맺게 해야한다고 요란하게들 내세우고 있다. 모든 논의의 중심은
단연코 히딩크 현상이다. 과연 이번 월드컵의 성과는 그렇게 정의돼도 좋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절실하다. 거기에는 분명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적 열광으로 충만했던 것으로 보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는 월드컵의 성과
를 두고서 왜 그 공과를 따져야한다고 하는가? 첫째 월드컵 현상은 우리스스로를
놀라게 한 현상으로서 우리가 깊이 음미하여 받아들여야하는 본질성이 엄연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차례 글을 통하여 그 음미의 다른 방향을
논급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난후 우리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이
하도 수상해서 걱정이 앞서는면이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시급한 편중된 과열현상을 차갑게 식혀둘 필요가 있다.
<편중된 과열현상>이란 월드컵의 성과를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깊이없음
을 지적하려는 화두이다. 둘째는 행사의 성공에 흥분하여 그것이 절반의 성공
으로 끝난 사실을 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야겠다는 것이다. 월드컵 첫승
16강진출 8강진출 4강진출 등 축구역사상 초유의 성과에 너무 집착했었다는
점을 돌이켜야할 것이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분명 아시아인이 넘기 어려운 많은
벽 가운데 하나로 인식해왔던 저간의 자기의식의 표현일 뿐이다. <불가능>
하거나 <지난한>일로 여겼던 어떤 일을 이루고난 흥분 그것이었지만 사실 축구의
성과는 유일하고 특별하며 대단한 것으로서 인생과 문명의 중심이 될만한 그런
것은 아니다. 환언하면 원래 잘 할 수도 있는 그런 것이라는 말이다. 경이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기적같은 성과라거나 역사상 초유의 위대한 그 어떤 것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스포츠의 몇몇분야에서 세계적 기량을 보여왔고
문화와 학술 예술의 분야에서도 놀라운 업적을 이룬 인재들을 적지않게 가지고
있다.그런 일반 현상의 하나라는 이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생각햐야할 점은 바로 히딩크현상의 지나친 오도를 막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여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축제는 승리의 성과라는
전투적 흥분적 요소로서 재미있어지고 활기를 얻고 그 행사성을 결정적으로
강화해주는 것이지만 그 성과는 축제의 일부일 뿐이다.그것이 결코 전부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몇차례 말했지만 <개막식>과 <전야제>로 표현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새로운 축제성과 정신성에 더 촛점을 맞추어야 했다. 위대한 종합예술이며
정신가치로서 승화되어야할 제전을 많이 스스로 축소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결과로서 월드컵 이후 깊이 있는 축제해석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고 성급한 경제논리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의 주제는 <평화>였다. 우리가 아주 적절하고 성공적으로 그 주제를
예술적 이상적으로 표현하였고 모 미국의 언론은 명백히 이를 질투하여
<어느 국제스포츠 행사에서 평화를 내세우지 않은 적이 있는가>하고
평가절하하였었다.

이번의 월드컵은 실은 그 평화의 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도전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의 생생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미 경기중에 이탈리아의 거친
풀레이가 월드컵의 반축제적 본질을 부각하여주었고 오심문제가 시종일관
인류의 양심에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모든 선수와 감독들은 그 축제적 의미를
이해하거나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선수들로 대표되는
각국의 국민들가운데 일부는 명백히 축제의 의미를 구현하는 행동의 면에서
커다란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그런 것들이 2002 월드컵의 역사적 사실의
골간이며 진상이다.

오히려 성공과 실패 승리의 기쁨과 좌절의 고통 그것은 행사의 기초명제일
뿐이다. 즉 이상 표현의 소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소재가 그 표현의
목적을 뛰어넘는 것을 두고 야(野)하다고 한다. 유명한 동아시아 유교문화의
문질론(文質論)은 지금도 문화해석에 크게 유용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관점은 우리가 세계의 이상을 진전시키는 거대한 행사를 치를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데 두어져야 한다, 이는 세계를 이끌어갈 역량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바로 그 힘을 스스로 자각한 것이 최대의 성과였다. 그러나 그
최대의 성과의 진정한 본질은 그 힘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고 가장 역사적으로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었다는 자각에 있음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의 본질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 이것이 성과론의 중핵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현대를 이끌어온
서구사회가 유일하고 독보적인 정신과 이상을 가진 선망의 대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진정한 성과이다.문자 그대로 <아시아의 자존심>이
실질한 주제였던 것이다.

<夏夷案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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