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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문득 한국 땅에는 도인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슨무슨 도인, 어떤 성직자,존귀한 승
려, 존경받는 전문가들,...얼마전에는 외신에서 미국에는 명사가 많으나 지식인은 없다는 미국 언
론의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하였었다. 더이상 지식의 유희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반성의
목소리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도의 유희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에 도인이 많다는 것은 일단은 전통적 사상과 문화를 귀중히여기려는 오랜 국민적 욕구의 표
현이므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문화와 전통을 가진 민족으로서 당연한 일일것이
다. 사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는 그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영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고 생
각하는 이가 꽤많다고 느끼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이기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로마제국과 같
은 정복왕조는 없었다. 남의나라를 크게 호령하는 역사를 가져본 일도 없다. 또 세계제일의 부유
한 나라가 되어본 적도 없었다. 힘과 무력과 국토 등의 면에서는 그러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
른 측면에서는 위대한 성과를 창출하였었다. 특히 사상과 문화와 같은 순수한 역사와 문명의 분야
가 그것이다.

특히 정신문화의 부분에서는 우리 스스로 놀랄만큼 세계사적 성과를 유지해왔음을 대개는 잘 모르
고 있을 것이다.그것은 마치 공자와 맹자와 같은 고대 성현의 성과를 낮게 평가하는 전통과 비슷
한 일이다. 대개는 한국의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이조시대의 문화사상적 성과들을 초라하다고 느
끼는 이들도 역시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제 무령왕늘의 현실이나 전축분으로서의 축조방식 문양과 부장품등을 두고 중국 남조
시대 양나라의 문물을 모방해만들었다는 사실을 두고 힌국 고대문화라는 것이 중국문화의 아류정도
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이들도 많고 반대로 그 가운데 독칭적 부분을 찾아내어 언급하고 우리 역
사의 독창성을 논하려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양쪽 모두 논법이나 문화에 대한 해석이 틀린 것이다.

외국문물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독창성하고는 큰 관계가 없다. 그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과 받아들
인 문화를 자의적으로 자유롭게 향유하는 문명적 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남조의 묘제를
받아들인 것 자체는 자기혁신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 받아들인 양식을 나름대로 향유하고
있는 것은 높은 문화적 수용능력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받아들임 자체가 중요하지 않고
또 그 양식을 독창적으로 응용한 것 자체가 문명사의 중심은 아니다. 그 이전에 문명적 전제로서
한국에서는 일정한 사상과 문화가 강인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그문화의 영위의 흐름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인식이 먼저 요구된다.

어떤 문화의 받아들임과 문화의 변전은 단적으로는 각시대의 정신의 흐름 위에 일어나는 일임을 결
국 주목해야 한다. 한국사에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강인하고 일관성있게 유지돼온 정념과 사
상의 전통이 있었다. 그것을 최치원은 풍류도라고 하였다.중국역사서에서는 군자가죽지않는 나라
라고 하였다. 공자는 군자가 사는 곳이라고 하였다.
문명을 영위하는 핵으로서 그 나라의 정신
과 정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한 나라의 역사를 좌우하는 본원적인 힘이다.
한국의 역사는 특히 강인한 정신사적 전통의 전승성을 강렬하게 유지해왔다. 이 점이야말로 한
국문명의 핵이다.그러므로 도인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이에 그 귀중한 전통을 음미
하기위해서 진정한 한국의 도는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할 때이다.



(2)

한국은 조선시대 중엽이후 동아시아 유교의 중심 종주국의 위상에 있었다. 아마 일반인의 입장에
서는 이사실을 이해하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만 한국이 그 정신적 전통성을 강하게 고수
해온 결과임을 이해한다면 알기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국이 그들의 오랜 정신과 결의를 지켜왔다
는 사실과 유학의 면에서 전통성을 굳게 고수해왔다는 사실은 사실은 동질적인 역사적 특질에
서 나왔다. 한국의 전통과 한국유학을 논하기 위해서는 물론 다른 여러 문제를 논해야하기 때문
에 간결한 설명은 어렵지만 우선 정신사적으로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해가 필요하다. 한
국유학은 한국의 사상사인 것이다. 이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이상의 깊은 이해는 곤란해지
므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의 사상사로서 유학을 논할 경우 제일먼저 유념해야할 일은 중국적 성과와 한국적 전통을 구분
하여 이해하는 일이며 유학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가를 철저히 고민해보아야한다는 점이
다.그간의 상투적인 이해는 유학을 위해서도 한국정신사를 위해서도 거의 무의미한 것이다.
우리들 삶의 일반의 정념으로서 유학을 철저히 다시 이해해야할 것이다. 즉 일반 사유의 법식으로
서 새로은 이해를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자신의 삶 속에서 경전과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아무 조건 없이 투영해보는 작업으로부터 시
작될 수 있을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란 바로 그런 측면을 지적한 말이다. 중국유학에서는 이를 너
무 공적(公的)사상의 측면으로만 해석했었다.중국유학의 형식성과 이론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형식과 이론에 집착하기보다는 본질을 전승하는데 더 능하였고 원칙을 실행하는 데 더 뛰
어났었다. 자연스럽게 일상의 삶으로 영위해 왔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은 유학의 본래 의의와
더 잘 통하는 것이었다. 한국이 유학의 중심국이 된 진정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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