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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ing of life/경전산책

시세론 1.

하이안자 2002. 11. 6. 01:19
<1>

유학자들의 오랜 믿음 가운데 하나가 <시세(時勢)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살고 있는 시대
의 대세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그들은 <시세를 모른다면 많은 학식은
쓸모가 없다>고 단언하였다. 이른바 시쳇말로 <멍텅구리 학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
나 어려운 일인가를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직 공자만이 진정으로 시세를 알았던 분이
라고 말해왔다.

<공자만이 진정 시세를 알았다>는 생각은 공자의 경지에 근접한 자가 아니고는 시세를 알 수 없다
는 말은 아니다. 이상이 그러하다는 말이고 흔히 범하기 쉬운 시세판단의 오류나 착오를 경계하기
위한 말이었다. 그런 생각은 자신의 독단이나 속단을 경계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사마천의 역사관에서 역사서술에서 대세를 추종하고자하는 대세론자로서의 그의 면모를
보게되는데 이가운데에도 적지않은 오류가 내포되어 있다. 정치 사회의 큰 흐름을 보려고 하였으
되 그에 대한 처절한 비판의노력은 다소 부족하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항우를 황제수준의 본
기(本紀)에 배당하고 공자를 제후수준의 세가(世家)에 배당한 예가 단적인 것이다.

사마천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초월할 수 없었다는 현실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그가 직접 자신
의 소원이며 이상이라고 하였던 <공자를 배우는 일>에 오히려 철저하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면하
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그의 학구적 신념과 열정이 부족하여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아
마 성공적인 것으로보였던 한 무제 시기의 정치적 안정과 일시적인 민간생활의 풍요함을 매우 중
요한 성취로 보았기 때문이며 그 이면에서 호족의 성장으로인하여 장차 자작농 세력이 급속히 쇠
퇴하고 귀족사회가 도래할 가능성을 미리 통찰하고 그를 막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적극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사마천은 깊은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는 그만큼 시세 판단이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당대의 현실을 분석하고 비판함에
는 치밀하고 냉철하고 신중하면서도 장대한 이상과 원대한 포부를 아울러서 스케일 큰 노력이 함께
견지되어야한다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웅변하고 있다. 시세판단이 지난한 일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때 우리는 보다 더 적절하게 균형잡힌 노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2>

나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여러 현상을 생각할 때 혼란과 혼돈에 빠질 때가 많다.그러나 오류가
무서워서 시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일은 극히 위험한 생각일 것이다.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사고하고 분석하며 시대를 호흡하고 통찰하고 비판해보려는 노력은 당돌할 정도로 견지해야할 것이다.

오늘의 한국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통찰은 유학의 큰 방향을 제시해줄 수도 있고 전통사상으로서
우리의 유학 자체의 깊이를 더해줄 수도 있다.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근심되는 일>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학의 공부는 현실과의 긴장된 상호관계를 생명으로 한다.<1/X>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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