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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어느 나이지긋하신 분이 연구소를 찾아왔다.그는 자신의 아버님이 한학자였다고 하면서
자신은 한 때 기독교를 열열히 신봉하였었다고도 하였다. 사서를 공부한 적이 있고 지금도 읽고 있
다고 하였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보니 이제 무언가 깨달을 수 있을것 같아서 찾아왔다고 하였
다.아마 주역을 배우고싶은 눈치였는데 왜냐하면 그는 말하기를 나는 주역을 읽지는 않았지만
알 수 있을것 같다고 하였다. 주역이란 <때와 장소에 대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주역은
그 해석이 무한으로 열려 있으므로 그런 해석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나는 그러나 주역을 읽는 것
이 논어 맹자 등 사서 삼경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 나는 귀하를
도통하게 해드릴 수 없으며 나는 경전을 정확히 읽음을써 그 뜻을 이해하고 나의 일반의 생각의
공간을 넓힐 수 있는 일을 도와드릴 수 있을 뿐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귀하가 읽은 사서의
독법이 바르게 수행되었는지를 검토한 후에 무엇을 공부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도시 주변에 기와집을 짓고 한학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라고 하였다. 나
는 가르치는 일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그는 잘 알겠다고 하며 물러갔다. 아마 다시
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와 유사한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들을 대개 한학이란 학문이 매우 좋아보이고 또 자
신들이 노력한 만큼의 범위에서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자신감의 근거는 한자
를 어느정도 공부하여 한자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자부심과 한문을 일부 읽어보니까 그 뜻을 대
강 알 수 있을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을 가진 데 있다. 그러나 그 경우 대부분 직접 확인해보
면 그들의 확신이 근거적은 것임이 곧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독학으로 다년간 공부하는 위
험성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홀로 연구할 수 있다. 그러나 참고서 번역서가 아직은 완전하지못하기
때문에 많은 고심을 하지 않고 쉽게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시종 겸손하고 학
문적으로 순수한 의지가 충만하고 현재의 지적 동향이나 어떤 학문적 동향을 아울러 생각할 수 있
는 준비가 되었다면 누구나 홀로 연구하는 일을 귀중하고 중요한 일일 것이다.

나는 그와 같은 분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을 기뻐하면서도 유학의 학문적 본질이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져 있고 이런 현상이 상당히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게 된다. 동아시아 학문을 전공하
는 인사들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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