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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항시 스스로를 경신하거나 쇄신하고 싶다. 그것은 일견 막연한 욕구인 것 같고 사람이란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쇄신욕구란 진보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며 현재의 모든 성과가 더욱 진전할 수 있고 개선
될 수 있다는 희망에서 비롯되는 것일 것이다.

아마 한국인들이 해방후에 그 가난과 여러움 혼란 속에서 가졌던 쇄신의 바램은 일반 역사상
유례가 적은 강렬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바꿔야 해!> <빨리 빨리!>와 같은 한민족의 상징
처럼 되어버린 성향은 그와 같은 해방후의 민족사 구조 속에서 나온 것으로서 사람다운 삶을
위협받지 않을 만큼의 여유가 있고 안정된 일상을 위한 높고 굳은 절실한 실현의 욕구였다.

그 건전한 욕구는 80년대를 전후하여 변질하기 시작하였다고 생각된다. 경제적 사회적 개선이
진행되고 일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어느정도 <이루었다>는 생각에서 였을 것이다.

건전했던 민족적 욕구나 희망이 변질된 현상은 (1)지나친 여가문화의 확산 (2)인생을 즐겨야 한
다는 막연한 쾌락주의 (3)힘든노동을 기피하고 빠른 성공을 이루려는 조급함의 만연 등등의 정
상으로 보이는 생활행태 속에서 싹터나왔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단적으로는 첫째는 (1)전근대 사회의 계급적 가치관 (2)제국주의와 패권주의로부터의
오랜 억압전통 (3)악의적인 식민지 전통 (4)최악의 생활 속에서 자라난 일부 이기적 행태의 만
연 등등 근대적 개혁을 기다리는 분야에 대한 개혁 개선의 완수라고 하는 명철한 역사의식이
생활화되지 못한데서 촉발되었고

둘째는 고대사-조선왕조 이래의 문화적 지성적 사회적 성취와 개혁 개선의 성과를 전승
하지 못하고 거의 자신의 전통역사를 비하하는 오류된 역사의식을 벗어나지 못하였던
데서 증폭되었다고 생각된다.

오늘의 대개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문화적 정신적 혼란은 특히 자신의 전통을 부정하고 이른바
<선진문화>라고 불렀던 <구미>의 역사와 문화 생활을 막연히 동경하는 부지불식간의 관행에서
배양되었다고 믿어진다.

구미의 역사와 문화에는 대단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대로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특히 개인적 가족적 삶의
정서와 전통, 사회적 토착적 민속, 심미관과 정의관, 철학과 세계관, 만물을 사유하는 방식 같
은 것들은 외부에서 꼭 배워올 것이 아니다. 인권의식 같은 경우도 동양은 더 오랜 믿음과
전통이 있다.다만 과학 기술 등 서구적인 전통을 수용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것은 과학 기술이
서구에서만 생성되었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전통적 과학기술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데 극히 유용
하기 때문이다.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의 각 양식에서도 그와 같은 보완이 요구되는 부분들이 있다. 현대미술
서양음악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전통을 대체해 나아가는 것은 오히려
문화적 해약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직시하고 또 해결해나아간다면 오늘날의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얻
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우선 우리의 전통적 생각과 관념을 그대로 사용하여 모든 <현대문화>적
인 것들을 재해석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몇년간 나의 취미이기도한 그림을 해해석하는 데 사용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시로 전통적 사
상과 개념이 오늘의 문화내용을 반추하는데 유용하다는 점을 몇번이고 확인하게 된다. 전연 새
로운 의미의 방향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카프라>라는 서양의 물리학자가 동양적 통찰력을 전
용하여 물리학 연구에 새로운 발상을 얻어 큰 성과를 얻었다는 것은 진정 사실일 것이다.

모든 분야에 그같은 구체적인 재해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학사상과 전통철학을 연
구하거나 문화이론을 탐구함에 서구적 논리로 무장하고 서구적 가치로 일관한다는 것은 확실히
무모한 일일 것이다.


夏夷案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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