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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ing of life/경전산책

새로워짐의 의미

하이안자 2002. 12. 20. 02:10
대개의 사람들은 아마 유교를 <보수주의적>인 사상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다. 논리상으로는 공자
의 "확신을 가지고 옛것을 좋아하였다"는 언급과 같은 <역사적 계승성>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
각된다. 실제로 유학은 역사적 사상이다.중국 청나라 때의 장학성은 "육경이 모두 역사다"라고 선
언하였던 것도 그러한 생각에서 였을 것이다. 유학경전의 구성을 보아도 <서경>이 역사책이고
<시경>은 생활시에 속하는 것이지만 역사적 성격을 포함한다. <역경> 역시 민감한 역사성을 유지
하면서 역사적으로 생성 발전되었다.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보수성과는 거리가 멀다.
서구의 사상사도 <역사적 성찰>을 통해서 비약 발전하였음은 서양지성사가들의 공통된 견해이고
서양사상에서도 <전승성>을 사상발전의 한 주축으로 보고 있는 것은 오히려 일반적이다. 그러
므로 역사적이라는 본질이 보수적이라는 본질과는 전연 연관이 없다.

유학은 정치사상이나 순수사상의 양측면에서 모두 <새로움>을 강조한다.
<서경>의 <기명유신(其命維新)>이란 은주혁명(殷周革命) 즉 주나라가 새롭게 천명을 받아 왕천하
하게된 그 원인이 "유신" 즉 오직 새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대학>에서
는 "밝은 지혜를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지극한 선에 머무르는 데" 그 뜻이 있다고 하
였다. 즉 <지선>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 쇄신의 길을 밝히는 것이 <대학>의 의의라는 것이다.
중용에서는 "오늘의 시대에 태어나 옛날로 돌아가는 자 그런자에게는 재앙이 미칠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대학의 "신민(新民)"은 원래 "친민(親民)"으로 되어 있었는데 주자(朱子)는 이를 "신민"
의 오기라고 하였고 많은이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 성리학자들이 <새로움의 의미>를 주목하는
데 합의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 글자의 정정이 만일 잘못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뒤에 이어지는
의미의 흐름으로 보아 "밝은 지혜를 밝힌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새로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
기에 충분하다.<대학>의 경문의 의미를 밝힌 이어지는 전문에서 (1)명덕(明德) (2)일신(日新)
(3)신민(新民) (4)유신(維新) (5)용극(用極)의 순서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극>이란
경문의 <지선(至善)>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쇄신이 지선의 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현재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개신과 개선을 요구한다. 그것이 바로 학문의 이유인 셈이다.
새로움의 명제는 인간과 함께 영원한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적인 의무일 것이며 삶의 요구이다.오늘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새로움의 길을 선택했다. 이제 우리가 그럴 때임을 자각하였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가지게 된다.

다시 유의해야할 점은 아마 <새로움의 길이란 역사부정의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일
것이다. 전통과 역사란 부정할 수 없는 진실한 그 어떤 흐름이기 때문에 유념해야할 것으로 생
각된다. 우리들이 자신의 역사를 확신을 가지고 돌아보는 것이 진실한 새로움의 길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비하해온 것이 사실
이었다. 전통사상, 전통관습, 전통적 믿음 등 전승되어온 역사적인 것들은 신중히 응찰하고 그
전승의 내부에서 이를 쇄신해 나아가야한다고 생각된다. 어느 일방적 논리에 의한 전통의 부정
은 신중하고 삼가야할 것이다.역사성을 파괴하는 것은 서구식으로 말하면 <계몽주의적> 전근
대성이라는 틀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반동적 성격을 지니는 것일 것이다.

새시대를 진정 원한다면 우리의 역사와 사상을 주목할 때다.

夏夷案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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