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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우리가 듣고 생각하고 믿어왔던 많은 이지적 이정표 가운데 수많은 함
정이 있음을 생각하게하는 요즈음이다. 그 지적 왜곡을 부르는 함정들은 허다하지만 중요한 것을
적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1)민족성론의 함정

한 민족은 <한의 민족>이라고 정의되었던 문학적 이해이다.물론 이와 연관하여 <은근과 끈기>가
주장되기도 하였다. 이는 극히 비역사적인 이해일 것이다.최근에 한국가요를 좋아한다는 일본
인 라디오 진행자가 말하기를 "한국 가요에는 한이 서려있어 좋았다"고 하였다. 그 한이라는 개념
으로 한국문화를 정의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일본적 희망사항이다.

예컨데 한국가요의 슬픔 표현은 시대와 상황에 의해 좌절된 소망을 직솔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
본질이므로 오히려 <직솔>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한국이 한의 정서를 본질로 한다면 한국의 역사
는 희망이 없고 또 희망을 가져도 안된다. 본질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이
해가 역사적 진실일 수 없음은 자명한 것이다.

은근과 끈기라는 표현은 더 이상의 문제가 있다. 속된말로 민족의 기질상 <맷집이 좋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우린 또 은근하기보다는 직설적인 것을 좋아한다. 우리민족의 기질이 국가적 난관
을 전향적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그 어려움을 잘 견딘다는 것은 논리상 성립할 수
없는 괴변일 것이다.

그것은 삼국시대이래의 충무공에 이르는 그리고 나아가 항일의사들에 이르는 의로운 죽음을 선택
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결단을 모독하는 말일 것이다. 한국인은 직솔하지만 기질적인 야한 삶을 살
아온 것으로 단정할만한 역사적 증거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념과 사상의 주도아래 확
고한 국가관과 민족관을 몸으로 실천하며 살았던 것이 오히려 민족사의 주도역량이었다.
사려와 삶이 조화되는 심오함과 정신적 깊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와 같은 오해를 불러온 것은 왜인가 (1)일본중심의 학문의 전통의 영향 (2)의식적 친
일 학자들의 왜곡 (3)서양적 가치관과의 혼효 (4)서구 근대 지향적 한국 근대사의 방향적 오
류 등이 그 환경적 원인일 것이며 그 중심 내면에는 지신의 역사를 자존적으로 파악하려는 노
력이 부족하였다는 데 기인한다. 특히 사상과 학문, 역사와 문화 제도 등이 서구에 비해 뒤떨어
졌다는 역사적 자기비하가 그것이다.

현재 세계를 풍미하는 과학 기술 경제 경영 군사 등의각방면에서 한국의 근대사의 성과는 최근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서양 본고장에 비해 뒤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우리
민족사의 성과와 역량을 낮게 평가할 이유는 전연 없다고 생각된다.

근세 100년간의 좌절이란 장구한 민족사의 선상에서 보면 순간에 불과하고 이 100년이 아무리
빠른 성과의 집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민족 전체사의 평가에 절대적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결국은 오랜 역사역량을 회복하고 그 위에 근대역사의 성과를 쌓아 나아가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문제는 결국 우리의 역사역량을 제대로 응찰하려는 노력이 긴요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동이족의 원 무대는 동아시아 북방이었고 그곳은 동서교통로의 한 끝이었다. 인적 물적 교류가
역동적이 그 무대에서 한만족은 다이내믹한 대응을 통해서 성장해 국가적 정체성을 수립하였다.
각 민족과 민족들이 대립하고 교섭하는 그 와중에서 동이족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 나아갔
고 국가와 민족의 의미를 키워나아갔다. 따라서 그들의 사상은 추상론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
고 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는 행동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촌시도 나태함이 허용되지 않는 격동의
역사무대를 살아가면서 그 환경적 격동과 불안정을 사상과 문화로 다스리고 추스렸다. 그와 같
은 민족사 형성의 무대에서 형성된 민족성이 은근 끈기일 수 없고 더구나 한을 되씹을 필요
는 더욱 없었다.

오히려 (1)강건한 행동적 철학과 (2)순간의 삶을 영원한 가치로 승화하는 삶에 대한 성찰이 있
었고 (3)민족과 문화를 전승하는 바탕으로서 권력과 국토보다는 국민의 단합과 공의를 강조하
는 인격적 전통을 형성하였다. 오늘날 나쁘게 말하고 있는 <패거리주의>란 우리 역사전통과는
관계없는 이기적인 것이며 전통에 반하는 것이다. 공의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 깊은 철학성 결단력 인격존중의 태도 등이 민족성의 요체일 것인데 오늘날 우리가 이를 도
리어 돌아보지 않으므로서 근래 우리는 주체성과 정체성이 없는 표백된 건조한 지성을 모방하고
축적해나아가고 있다고 믿어진다.



하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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